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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hann Oct 15. 2024

한 그루의 사과나무 #4

- 단편소설 -

[작가의 말]

얼마전 <한 그루의 사과나무>가 조회수 5,000을 넘었다는 메시지에 조금 의아했다.

무엇이 이 글을 클릭하게 만들었는지 잘 모르겠다.

중요한건 내 글에 독자분들이 관심을 기울여 주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작가로서 보답해야 하는것이 인지상정! ^^


<한 그루의 사과나무>는 기존에 썼던 단편을 최대한 더 짧게 재구성한 스마트 소설이었다.

소설집 <흐린날엔 바로크 그리고 사이폰커피>가 출간되어 스마트 소설 몇 편을 브런치에서 삭제했었다.

나의 단편들이 브런치에 올린 스마트 소설의 일부였기 때문에 어쩔수 없는 조치였다.

그런데 <한 그루의 사과나무는> 소설집에서 제외했었다. 그덕분에 아직 브런치에 살아있다.

관심을 기울여 준 고마운 독자들을 위해 <한 그루의 사과 나무> 원래 단편 그대로를 순차적으로 올려본다.


누구에게는 친구가 되어주고 또 누구에게는 손녀가 되어주거나 이모가 되어 주는 것이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지금의 렌탈 여친을 이용하는 주 고객층이 일본이든 우리나라든 가정이 있는 오십 대 중년이라고 했다. 

처자식이 있어도 외로움을 느끼는 중년 세대가 많다는 것이다. 

그들은 편한 대화상대를 찾아 모르는 여성들을 만난다고 했다. 그렇지만 성적 일탈은 전혀 아니었다. 

단지 기존의 삭막한 인간관계에 지쳤거나 가정 내에서 소외된 마음을 연애 시절 풋풋한 감성으로 보상받으려는 심리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위안이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상대로 사업화하여 돈벌이 수단으로 확대하려 했다. 


예를 들어 보호자가 없거나 바쁜 자녀들을 대신하여 노인들의 병원 방문에 동행해 주는 서비스도 같이한다는 계획이었다. 

유사 대행 서비스가 현존하고는 있지만 이동 수단이 대중교통뿐이어서 노인들이 불편해한다는 걸 간파하고 그녀는 자신의 승용차로 노인들을 집과 병원으로 편하게 모시며 곁에서 말동무도 되어주는 등 기존 업체와의 차별화 전략까지 치밀하게 세우고 있었다. 

그렇게 사업자등록을 당당히 하고 발생하는 모든 수익에 대해 투명하게 세금 내면서 지금의 일을 건전한 사업으로 넓혀나가겠다는 그녀의 얼굴에 자신감이 엿보였다. 


내가 그런 윈드를 찾은 것도 사실 외로움 때문이었고 말벗이 필요해서였다. 

어느 순간부터 중년의 삶을 사는 친구들과의 대화는 늘 겉돌았다. 

각자 세파에 휩싸여 살아오는 동안 예전과 다르게 가치관과 세상을 보는 시각이 자기 나름대로 굳어질 대로 굳어져 서로 자기 주장하기에 여념 없이 바빴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을 만나도 이젠 공허할 따름이었다. 

그리고 단순 성욕 해결을 위한 여자와의 감정 없는 만남은 항상 그 끝에 무언가 표현하기 힘든 또 다른 공허함이 가슴을 미치도록 후벼팠다. 

그런 불편한 감정이 예전과 다르게 정말 싫었다. 

그러다 윈드와 만나게 되었다. 아무래도 고객관리 차원에서 그랬겠지만, 그녀가 먼저 내 위주로 최대한 맞추어 주려고 하니 갈등이 생길 일이 전혀 없었다. 

그녀와의 만남을 통해 내 지난날 몇 번의 연애 실패가 무엇 때문이었는지 여실히 눈에 보였다.  

   

“그런데 부르는 이름이 왜 윈드야?”


“별 뜻 없어. 난 그냥 스쳐 가는 바람. 나 지금도 오빠 곁을 이렇게 스쳐 가고 있잖아.”


“내가 다음에 또 예약하면…. 그래도 스쳐 가는 바람인 건가?”


“당연하지. 우리 사이가 이 관계에서 더는 바뀔 일 없을 거야.”


“그건 내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의미로 들리네. 정말 이상형이 윈드 앞에 나타나도 그런 마음이 생길까?”


그녀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리고 뿜어져 나오는 다리 위 형형색색 분수의 물줄기를 바라보다가 지그시 눈을 감았다. 

물줄기를 타고 온 바람이 주변 나뭇가지를 흔들고 흩어지려는데 그녀가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말하였다.


“지금 부는 바람 참 좋지? 내가 느끼는 감정은 없어. 오빠 감정이 더 중요해. 이렇게 편안하고 기분 좋은 바람으로 나를 오래 기억해주면 좋겠어.”


강물 위로 분수들이 덩실덩실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었다. 

그 앞에 유람선 한 척에서 환호성과 함께 앙증맞은 불꽃이 하늘 높이 치솟다가 물줄기와 함께 산란하며 떨어졌다. 그 사이로 다시 바람이 일어 우리의 뺨을 가볍게 핥고 사라졌다. 

너울거리며 춤을 추는 분수를 한참 넋 놓고 바라보던 그녀가 갑자기 고개를 내게로 홱 돌리더니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오빠! 그런데 메신저에서 추모 프로필 설정 기능이 있는 거 알아?”


“…….”


처음 듣는 말이었다. 

메신저 설정 창에 들어가 보면 자신이 죽고 난 다음 자기 메신저를 수년간 계속 살려 놓을 수 있다고 그녀는 말했다. 가족과 친구 그리고 지인들에게 위안이 되도록 메신저를 유지 시키면서 추모 프로필을 남겨놓을 수 있다는 거다. 

유언장이나 마지막 편지를 미리 남겨놓으면 유가족이나 자신이 미리 지정해 놓은 대리인에게 전달이 된다고 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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