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4. 자존과 자만을 구분하자

by 이다한

자존과 자만은 겉으로 보기엔 비슷해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완전히 다르다. 자존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서 출발한다. 나의 장점뿐 아니라, 나의 열등감과 결핍까지 솔직하게 인정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건강한 자존이 세워진다. 그래서 자존은 단단하고 겸손하다.


반면 자만은 자신의 장점에 집착하는 데서 시작된다. 자신이 잘하는 것, 인정받을 수 있는 것만을 앞세우며 자신의 열등감을 덮으려 한다. 잘하는 것으로 허점을 가리려 안간힘을 쓰고, 열등감을 들킬까 봐 전전긍긍한다. 이런 불안은 결국 자만을 부풀리고, 그 안에서 자기를 속이게 만든다.


진짜 자존감은 열등감을 발설하고도 흔들리지 않는 데 있다. 타인 앞에서 나의 부족함이 드러나더라도, 심지어 이용당해 밟히더라도 무너지지 않을 때, 비로소 자존은 단단해진다. 반대로, 열등감을 들킬까 두려워하며 잘하는 것만 집요하게 내세우는 태도는 자존이 아니라 자만이다. 두려움으로 포장된 허세는 결국 스스로를 갉아먹는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이 두 가지 사이를 시험받는다. 조금 잘되면 자만이 자존인 줄 착각하고, 조금 흔들리면 자존인 척 자만으로 스스로를 방어하려 한다. 그래서 중요한 건 늘 묻는 일이다. 나는 지금 나의 열등감을 인정하고 있는가, 아니면 숨기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가.


자존은 나를 키우지만, 자만은 나를 속인다. 열등감을 인정할 수 있다면, 그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열등하지 않다. 진짜 강한 사람은 약함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위에 세워진 자존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keyword
이전 03화3. 불능과 거부를 구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