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은 다르다
내 주변엔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겉으론 못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대부분은 그냥 하지 않기로 선택한 경우다. 도전이 두렵거나, 실패가 창피하거나, 혹은 단순히 귀찮아서. 그런데 문제는 그런 사람들이 자꾸 자기 상황을 마치 ‘불가능한 조건’처럼 말하며 포장한다는 거다.
정말 못 하는 거라면 이해할 수 있다. 상황이 안 되거나, 환경이 받쳐주지 않거나. 그런 경우에는 충분히 공감하고 도와줄 수도 있다. 하지만 할 수 있으면서도 자기 합리화로 뒤로 빠지고, 남이 해내는 걸 보면 비꼬거나 이용하려 드는 건 다른 문제다. 그건 선택이고, 책임져야 할 태도다.
내가 그걸 모를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분명 나를 이용하면서도, 마치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안다. 다만 어떤 관계나 상황 안에서 내가 그 역할을 해주고 있었던 거다. 그걸 모르는 척하며 음지에서 나를 평가하는 모습은 참 우습다.
나는 더 이상 그런 먹잇감 역할을 하지 않으려 한다.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내 에너지와 시간을 쓰지 않기로 했다. 스스로 안 하기로 선택한 사람이라면, 최소한 하고 있는 사람에게 리스펙트를 보여야 한다. 그게 최소한의 예의다.
불능은 동정받을 수 있지만, 거부는 책임져야 한다. 누군가의 노력을 가볍게 보지 말고, 내가 서 있는 위치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를 먼저 돌아보자. 진짜 모르는 게 아니라, 다 알고 있다. 말없이 감당해주던 사람이 침묵을 걷어내는 순간, 많은 것이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