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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진실과 정의를 구분하자

by 이다한

진실과 정의는 모두 ‘옳음’을 향하지만, 그 방향과 방식은 다르다. 진실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하는 것이고, 정의는 그 사실을 바탕으로 세상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를 말하는 것이다. 진실이 ‘무엇이 일어났는가’라면, 정의는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다.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 증거가 있고, 맥락이 있으며, 그 자체로 존재한다. 누구의 입장에서 보든 간에 진실은 단 하나다. 하지만 정의는 다르다. 같은 진실을 두고도 해석과 판단에 따라 다른 정의가 내려질 수 있다. 정의는 판단이고, 판단에는 입장이 스며든다.


그래서 진실은 때로 잔인하고, 정의는 때로 왜곡된다. 누군가의 진실은 타인에게 불편한 정의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반대로 정의라는 이름으로 누군가의 진실이 묵살되기도 한다. 정의가 집단의 도덕을 따를 때, 개인의 진실은 침묵당하기 쉽다.


우리는 종종 정의라는 이름으로 타인을 단죄한다. 하지만 그것이 진실 위에 서 있지 않다면, 그 정의는 폭력일 수 있다. 아무리 선한 뜻이라 해도, 진실을 외면한 정의는 허상이다. 정의가 힘을 가질수록, 진실은 더 명확히 드러나야 한다.


또한,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반드시 정의로운 것은 아니다. 진실을 무기로 타인을 공격하거나, 정의를 가장해 사실을 왜곡하는 일도 있다. 그래서 둘을 구분하지 않으면, 우리는 옳은 말을 하면서도 옳지 않은 방식으로 누군가를 해칠 수 있다.


진실은 존재이고, 정의는 기준이다. 진실을 밝히는 것과 정의를 세우는 것은 서로 다른 차원의 일이다. 둘을 혼동하지 말자. 정의를 말할 때는 그 안에 진실이 있는지를 살피고, 진실을 말할 때는 그 말이 어떤 정의로 이어질지를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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