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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다르다와 틀리다를 구분하자

by 이다한



우리는 종종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여긴다. 나와 생각이 다르면 잘못된 거라고 느끼고, 익숙하지 않으면 이상하다고 단정짓는다. 하지만 ‘다름’은 존재의 다양성이고, ‘틀림’은 기준의 위반이다.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하면,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도 갇히게 된다.


‘다르다’는 비교의 개념이다. 기준이 아니라 관점에서 출발한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지만, 너는 저렇게 생각하는구나.” 다름은 충돌이 아니라 공존의 가능성을 품는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도 살아갈 수 있다는 인정이기에, 다름은 열린 상태다.


반면 ‘틀리다’는 정답이 있는 경우에 사용된다. 수학 문제처럼, 명확한 사실이나 규칙이 존재할 때 맞고 틀림을 가를 수 있다. “서울은 한국의 수도다”라는 말은 맞고, “부산이 수도다”라고 하면 틀리다. 여긴 사실과 오류의 구분이 뚜렷하다.


문제는, 다름을 틀림으로 몰아붙일 때 생긴다. 성격, 가치관, 취향, 말투, 살아온 방식은 정답이 없는 영역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나는 맞고 너는 틀렸다’고 말한다. 그것은 판단이 아니라 오만이다. 다름을 틀렸다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타인의 존재를 지우고 있는 것이다.


다름은 불편할 수 있지만, 그것이 틀림이 되는 순간 세상은 좁아진다. 틀림은 고쳐야 할 것이지만, 다름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서로를 틀리다고 판단하기 전에, 우리가 그저 다른 존재일 수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틀림은 교정이 필요하지만, 다름은 이해가 필요하다. 이 둘을 혼동하면 사람을 바꾸려 들고, 분명히 알면 함께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다름과 틀림의 구분은 단순한 말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관용은 다름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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