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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옳고 그름과 좋고 싫음을 구분하자

사실판단에 감정개입하지 말자

by 이다한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판단을 내린다. 그런데 그 판단이 ‘옳고 그름’인지, 아니면 단지 ‘좋고 싫음’인지 구분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 결과, 단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틀렸다고 하고, 내 취향에 맞는 것을 옳다고 착각하게 된다. 이것은 판단의 오류이자, 태도의 문제다.


‘옳고 그름’은 보편성과 기준을 가진다. 약속을 지키는 것,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처럼 사회적 합의나 도덕적 기준에 따라 판단되는 영역이다. 옳고 그름은 논리와 윤리의 문제이고, 감정보다 구조와 맥락이 중요하다.


반면 ‘좋고 싫음’은 지극히 개인적이다. 누군가의 말투가 싫을 수도 있고, 어떤 음식이 좋을 수도 있다. 여기엔 옳고 그름이 없다. 단지 취향과 감정의 선호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좋고 싫음은 바뀔 수 있고, 사람마다 다르다.


문제는, 감정을 기준 삼아 옳고 그름을 재단할 때 생긴다. 예를 들어, 내가 싫어하는 방식으로 말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틀린 건 아니다. 혹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한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옳은 것도 아니다. 이 경계를 혼동하면, 우리는 쉽게 타인을 억압하거나 정당하지 못한 자기중심적 판단을 내리게 된다.


또한, 누군가의 행동이 “틀리다”고 느껴질 때, 내 안의 감정을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 정말 도덕적 기준에서 벗어난 일인가, 아니면 단지 내가 불편한 감정을 느꼈을 뿐인가? 이 구분이 안 되면, 비난은 쉬워지고 대화는 어려워진다.


좋고 싫음은 존중받아야 할 감정이고, 옳고 그름은 설명되어야 할 판단이다. 이 둘을 혼동하면, 감정이 판단을 오염시키고, 진실이 취향에 가려진다. 사실 판단에 감정이 개입되는 순간, 정의는 왜곡되고 판단은 부패한다. 감정은 내 것이지만, 정의는 모두의 것이기에, 감정을 기준으로 옳고 그름을 재단하려는 태도야말로 가장 위험한 오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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