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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발전과 소모를 구분하자

by 이다한



열심히 살고 있는데도 자꾸 지치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땐 내가 지금 ‘발전’을 하고 있는 건지, 단지 ‘소모’되고 있는 건지를 돌아봐야 한다. 두 단어는 모두 에너지를 쓰는 상태지만, 하나는 나를 키우고 하나는 나를 깎아먹는다.


발전은 에너지를 쓰더라도 남는 것이 있는 상태다. 지치더라도 성장의 실감이 있고, 반복되는 행동 속에서도 의미가 쌓인다. 몸은 힘들어도 마음 어딘가는 단단해진다. 발전은 나를 다음 단계로 이끄는 자산이다.


반면 소모는 쓰고도 남는 게 없다. 뭔가 계속 하고 있는데 제자리걸음이거나, 더 나빠진다. 나를 위해 쓰는 줄 알았던 시간이, 알고 보니 타인의 눈치와 기준에 맞추느라 빠져나간 시간일 때. 남는 건 피로와 회의감뿐이다.


발전은 방향이 있고, 소모는 반복만 있다. 발전에는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위한 조정과 피드백이 존재한다. 반면 소모는 같은 문제를 계속 겪으며 자신을 탓하거나 버티기만 한다. 아무리 바빠도, 그 안에 방향이 없다면 그것은 소모다.


문제는, 사회가 때때로 소모를 발전처럼 포장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바쁜데 발전 없을 리가 없다”, “지금은 힘들어도 언젠가는 도움이 될 거야” 같은 말들. 하지만 그 말이 반복되는데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건 더 이상 발전이 아니다.


에너지를 쓰고 있다면 반드시 물어야 한다. “나는 지금 쌓이고 있는가, 줄어들고 있는가?” 성장은 항상 고통을 동반하지만, 고통이 항상 성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발전과 소모를 구분할 줄 아는 사람만이, 에너지를 지혜롭게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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