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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무리수와 모험을 구분하자

by 이다한



삶에서 우리는 종종 ‘지를지 말지’ 고민하게 된다. 새로운 시도, 돌발 선택, 낯선 방향 전환. 그런데 그 선택이 과연 용기 있는 모험인지, 아니면 앞뒤 없는 무리수인지 구분할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하다. 둘 다 비슷해 보이지만, 모험은 설계된 도전이고 무리수는 통제불가능한 감정의 질주다.


모험은 감수할 수 있는 손해를 계산한 다음 뛰어드는 것이다. 망할 가능성도, 실패할 가능성도 인정하지만, 그 안에 성장이나 전환의 가능성을 본다. 그래서 모험은 두렵지만 준비된 행위다. 위험을 감수하되, 그 안에 구조가 있다.


무리수는 충동에서 비롯된다. 감정이 앞서고, 논리가 생략된다. “어떻게든 되겠지”, “이 판에 다 걸자”는 식의 선택은 대개 근거보단 감정, 계획보단 욕망이 작동하는 경우다. 그래서 무리수는 자주 파국을 불러온다.


모험은 방향이 있고, 무리수는 방향이 없다. 모험은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발판을 마련해두지만, 무리수는 모든 걸 걸고 뛰어들기에 후퇴할 길조차 없다. 한 번의 실패가 모든 걸 앗아가는 선택이라면, 그것은 모험이 아니라 무리수다.


우리는 때로 무리수를 ‘용기’로 포장하고, 모험을 ‘겁쟁이의 계산’이라며 깎아내린다. 하지만 진짜 용기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실패까지 껴안는 선택을 할 줄 아는 것이다. 준비 없는 질주는 용기가 아니라 도피에 가깝다.


모험은 삶을 확장시키고, 무리수는 삶을 소모시킨다. 그러니 선택의 문 앞에 섰을 때 물어야 한다. “이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실패인가?” “이 길에 구조는 있는가?” 감정에 기대기 전에 구조를 확인할 것. 그게 모험과 무리수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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