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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틀리다와 그르다를 구분하자

뭘 알고 지적하자

by 이다한



‘틀리다’와 ‘그르다’는 모두 잘못된 것을 가리킬 때 쓰이지만, 그 뿌리와 쓰임은 전혀 다르다. ‘틀리다’는 사실에 어긋나는 것이고, ‘그르다’는 도리에 어긋나는 것이다. 전자는 지식의 오류고, 후자는 윤리의 문제다.


틀리다는 정답이 있는 상황에서만 존재한다. “2 더하기 2는 5”라고 하면 틀린 것이다. 기준이나 사실에 비춰볼 때 오류가 있음을 말한다. 그래서 틀림은 지식이나 정보의 부족에서 비롯된다. 고치면 된다.


반면 그르다는 옳고 그름의 판단이 개입된 말이다. 약속을 어기거나, 남을 해치거나, 비겁한 행동을 했을 때 우리는 “그르다”고 말한다. 여기엔 윤리적 판단, 책임, 비판의 의미가 담겨 있다. 단순히 틀린 것이 아니라, 잘못된 것이다.


틀림은 배움으로 해결할 수 있다. 모르면 배우면 된다. 하지만 그름은 반성과 태도의 전환이 필요하다. “틀렸어”는 알려주는 말일 수 있지만, “그르다”는 꾸짖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르다는 관계와 도덕을 흔든다.


문제는 이 둘을 뒤섞을 때다. 단순한 실수를 두고 “그르다”고 몰아붙이거나, 도덕적 문제를 “틀렸네” 하며 가볍게 넘기는 태도. 그렇게 되면 가르쳐야 할 걸 꾸짖고, 꾸짖어야 할 걸 설명하다가 책임이 사라진다.


틀리다는 지식의 수정이 필요하고, 그르다는 태도의 성찰이 필요하다. 이 둘을 구분할 줄 안다는 것은, 상황에 맞는 언어를 쓰는 것이고, 사람을 바라보는 눈을 갖는 것이다. 모든 잘못이 같지 않듯, 모든 지적도 같아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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