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때문에 그런 게 아니다
사람은 타인의 표정이나 말투, 반응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누군가 무뚝뚝하거나 예민해 보이면, 괜히 내가 뭘 잘못했나 싶고, 상대가 침묵하면 나를 싫어하나 싶다. 하지만 타인의 상태는 그 사람의 것이고, 내 감정은 내 것이다. 이 둘을 혼동하면 불필요한 죄책감과 오해로 자신을 괴롭히게 된다.
타인의 상태는 그 사람의 컨디션, 감정, 상황에 의해 좌우된다.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았을 수도 있고, 그냥 조용히 있고 싶은 날일 수도 있다. 그 무게를 내 탓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감정은 왜곡된다. 상대가 불편해 보인다고 해서 내가 불편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
내 감정은 내 안에서 출발한다. 상대의 말이나 행동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스스로 인식하고, 그 반응을 해석하는 건 온전히 내 몫이다. 감정은 상황이 아니라 해석에서 만들어진다. 그러니 타인의 상태를 내 감정의 원인으로만 삼아선 안 된다.
중요한 건 분리다. ‘저 사람은 지금 저런 상태구나’ 하고 인식하는 것과, ‘그래서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는구나’ 하고 인정하는 것. 그 두 개를 구분할 수 있어야 내 마음을 다치게 하지 않는다. 타인의 불편함을 나의 잘못으로 오해하지 말자.
때론 내 감정이 불편해서 타인의 상태를 왜곡해 보기도 한다. 내가 위축되어 있으면 중립적인 말도 공격처럼 느껴지고, 내가 기대를 품고 있으면 무심한 말도 상처로 남는다. 이럴수록 더더욱 내 감정과 타인의 상태를 분리해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타인의 표정은 그 사람의 것이고, 내 감정은 나의 것이다. 그 둘이 섞이면 불필요한 억측과 감정 낭비가 생긴다. 섬세하게 구분할 것. 그리고 무엇보다, 내 감정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뿐임을 기억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