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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요에게.
이불이라, 이불은 내게 유일하게 신성한 구역이야.
가까운 친구들은 잘 아는데, 나는 다른 무엇보다도 밖에서 입은 옷 그대로 이불 위로 올라가는 걸 싫어해. 내 침대는, 내 이불은 신성한 구역이기 때문이야. 콘텐츠들을 볼 때도 밖에서 입은 옷 그대로 침대에 뛰어드는 수많은 사람들을 볼 때면 집중을 할 수 없어. 내게는 거의(?) 유일하게 청결하게 유지해야 하는 곳이야.
이불은 공포와 안정감의 공간이기도 해. 아주 어렸을 적부터 나는 등 뒤에 무엇인가가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은데, 그럴 때면 등 뒤에 나를 가려줄 무엇인가가 필요했어. 침대에선 그 역할을 이불이 해 줬고. 지금도 엎드리거나 옆으로 눕는 자세를 맘 편히 하지 못 해. 다만 이불이 있다면 아주 편안하게 잘 수 있어. 어딘가에 숨고픈 마음이 있나 봐.
마지막으로 이불은 내게 한 번도 내 돈으로 사지 않은 존재이기도 해. 서울에 올라와서 산지 8년 차임에도, 처음에는 부산에서 가져온 이불로, 지금은 네가 사준 이불로 살고 있어. 그 정도로도 충분한가 봐.
아무쪼록 너가 사준 이불이 최고야! 이 말 한마디만 했어도 되는 글 같아. 호호호
다음에는 ‘재즈’에 대해 적어줘.
2023.07.26.
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