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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죠앙요 Aug 27. 2023

나이 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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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요에게.


이 키워드를 주면서 너는 어떤 이야기가 듣고 싶었을까 궁금해진다. 물론 넌 높은 확률로 "그냥 정한건데!"라고 답하겠지만ㅋㅋ 그래도 분명 어떤 사고의 흐름으로 이 주제에 도달했을텐데 말이지.


나이가 들수록, 나이가 들어간다는 사실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는 것 같아.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너무나 많은 제약을 마주해야 했던 때에는 조금 더 내 의지대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나이 듦을 동경했고, 성인이라는 타이틀을 단 후에도 막상 개중에는 또 너무 어려서 예쁨 받는 막내 라이프를 즐기느라 나이 듦에 관심이 없었고. 꽤 오랜 시간 대학생 신분으로 살아가다 고학번이 되고 많은 후배들을 만나면서부터 나이 듦을 조금 실감했지만 그것도 잠시, 졸업하고 주니어로써 일을 시작해 이것저것 새롭게 배워나가다 보니 나이 듦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  


지금의 직장을 다닌지 4년을 채운 최근에서야,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갈지를 고민하기 시작하고부터야 다시 조금 "나는 나이 들어가고 있다"고 인식하게 된 것 같아.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여전히, '나이 듦' 자체가 부정적으로 느껴지지는 않고 무조건 젊음을 찬양하고 싶은 마음도 없지만, 사회적인 통념 상 왠지 나이가 들수록 더 책임감 있게, 현명하게, "잘" 살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해. 하지만 삶의 경험치가 쌓인다는 건 더 많은 노하우가 생기는 일인 동시에 더 다양한 두려움을 갖게 되는 일이기도 한걸. 굳세게 헤쳐나가기도 하지만 자꾸 흔들리기도 하니까, 앞으로도 점점 더 큰 용기가 필요해질테고 그러니 나이가 들어가는 만큼 주변 사람들과 주고 받는 응원과 지지는 더욱 소중하겠다, 싶네. 가능한 선에서 최대한 서로를 살리기 위해.


얼마 전에 일을 하다가 문득,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내가 잘하는 것을 충분히 고민하며 나 자신을 돌아보는 작업은 곧 나를 가장 존중하고 사랑하는 방법이기도 하겠다고 생각했어. 점점 스스로에게 익숙해질수록 자칫 내가 나를 이미 다 안다고 착각할지도 모르겠어.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나 자신에게 오만해지지 않기를 바라고 다짐하며.


2023년 8월 27일

기요.


+ 다음에는 '과일'에 대한 글을 적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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