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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란다이어리 May 08. 2019

[뽀란's Diary] 7 day 3월 6일

비크로 이동하는 날

뽀가 쓰는 3월 6일 Diary     


 오늘은 3시간 거리의 ‘비크’로 이동하는 날이다. 투어도 없고, 정해진 일정도 없고... 오랜만에 여유로운 아침이다.     


 ‘비크’로 가는 길에 다이아몬드 비치에 들렀다. 검은 모래가 깔린 해변 가에 얼음들이 눈부신 보석처럼 깔려 있었다. 날씨 좋은 날, 이렇게 눈부신 풍경을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 얼음 동굴, 얼음 산, 얼음 호수, 얼음이 깔린 해변... 가만히 아이슬란드를 보고 있으면 마치 얼음 왕국에 온 것 같다. 얼음 왕국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이런 곳일까. 햇살에 빛나는 얼음이 구름이 가득 낀 하늘과 어우러져 신비롭고도 눈부신 해변이다...      


 란이가 포인트 찾기 스킬로 포토 존을 만들어 인생 샷을 찍어줬다. 점점 프로필 급의 사진들이 자꾸만 늘어 간다. 사진도 잘 찍고, 포토 샵으로 보정까지... ‘란이야, 정말 고마워!’


다이아몬드 해변의 얼음들 사이에서 - Photo 란
얼음 위에 누워버렸다... - Photo 란


 점심 먹기 전부터 눈이 조금씩 쏟아지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나왔더니 세상이 순식간에 온통 하얗게 덮여버렸다. 너무 예쁘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갈 길이 멀었기에 운전이 걱정이다.

 

비크로 가는 길 - Photo 란


 무사히 ‘비크’에 도착! 

 마트에 먼저 들려 먹을거리를 사들고, 숙소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게스트 하우스에서 묵게 되었다. 로비부터 엄청 부산스러웠고, 방마다 사람들이 가득했다. 앞으로 호텔이 아닌, 이런 북적북적한 게스트 하우스에 적응하면서 다녀야 할 텐데... 벌써부터 걱정이다. 사람이 많으니 소지품을 신경 써야 하는 것도 불편하고, 씻을 때마다 세면도구를 다 챙겨가야 하는 것도 불편하다. 그나마 앞으로 남은 여행지 숙소는 거의 에어비앤비를 예약해놔서 다행이다.     


 저녁을 만들기 위해 공용 주방에 갔다. 

 좁은 공간에서 사람들이 음식을 만드느라 난리가 났고, 저 뒤쪽 테이블은 이미 파티 분위기였다. 이렇게까지 자리가 없을 줄은 몰랐는데 인원에 비해서 공간이 작기도 하고, 사람들이 먹은 후에 사용한 물건들을 바로 가져다 놓지 않아서 의자와 포크 확보하는데 애를 먹었다. 겨우 자리를 찾아서 파스타랑 샐러드를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동행이 우리가 마트에서 사 오지 않았던 재료를 넣은 요리를 만들어서 의아했지만 맛있었다. 요리하다가 옆에서 지원을 받았나 보다. 뭘 어떻게 한 거지...     


 오늘 밤은 구름이 짙어서 오로라 보기는 포기다. 

 로비에 란이는 사진을 보정하고, 나는 글을 정리 중이다. 뒤쪽 테이블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 시끄럽다. 영어도 아니고 어느 나라말인지 알 수가 없어서 더 시끄럽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방에 들어가야겠다...




란이 쓰는 3월 6일 Diary     


오후 1시     


 어제의 오로라 헌팅으로 조금 늦게 잠든 우리는 평소보다 조금 천천히 아침을 시작했다. 물론 천천히지만, 조식은 챙겨 먹었다.


 오늘은 비크로 이동을 하는 날이기에 회픈의 호텔을 정리하고 비크로 출발했다. 3시간 정도 이동해야 하는 것이 오늘의 일정. 중간중간 관광지를 들르기로 해서 방금 다이아몬드 해변을 들렸다가 다시 차로 돌아왔다.     


 다이아몬드 해변은 검은 모래 해변 위에 반짝이는 빙하가 펼쳐진 신기한 곳이다.

 파랗고, 맑게 빛나는 빙하가 검은 모래 위에 자연적으로 올라와 있는데, 어떻게 이 빙하가 여기까지 떠 내려왔을까 생각하게 되는 신기한 곳이다. 빙하 위에 올라서서 바다를 가만히 보다 보면, 물개가 갑자기 ‘빼꼼’ 고개를 든다. 맞다. 우리가 아는 그 물개. 물개가 나오는 순간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언어로 “봤어?! 방금 봤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처럼 이 사람들도 모두 도시에서 살다 보니 겪어보지 못한, 자연 속에 살고 있는 물개가 신기한 사람들 인가보다.


 사실 처음에는 요쿨살론의 예쁜 장면이 아직도 잊히지 않아서 감흥이 덜했다. 자연적인 빙하를 내 눈으로 직접 보긴 처음이었던 데다, 심지어 손으로 빙하를 느껴 본 것이 처음이었기에 요쿨살론을 보고 난 후 우리는 처음 초콜릿을 맛본 어린아이처럼 신이 났었다.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다이아몬드 해변은 비교적 감흥이 덜했고, 감흥보단 인생샷을 찍자!라는 생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다이아몬드 해변 - Photo 뽀
얼음 위에 앉아서 - Photo 뽀

 원래 뭐든 기대를 품고 하기보다, 기대를 조금 덜 하면 만족감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다이아몬드 비치가 딱 그런 느낌이었다. 기대를 하지 않고 사진을 찍었는데, 찍고 보니 ‘어? 이게 뭐야!?’ 사진이 굉장히 잘 찍히는 곳이었다. 사람이 많아서 화면 속에 사람이 조금씩 걸리는 게 문제였는데.. 빙하를 이용해 그 문제점을 해결하는 잔머리를 발동하였다.

 그렇게 뽀와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며칠 전부터 나와 함께 사진을 찍으면서 사진의 즐거움을 조금씩 느끼고 있는 뽀는 이제 나름 구도를 잡으면서 나에게 주문도 걸기 시작했다.    

 

 역시 사진을 찍고 찍히는 건 매우 재미있는 놀이다.     

 다양한 구도로 예쁜 포인트를 찾아다니는데, 포인트를 너무 잘 찾아다녔는지 우리가 찍은 곳에 외국인 분들이 우리가 다 찍길 기다리기도 했다. 뭔가 뿌듯했다.     


 다이아몬드 비치를 뒤로하고 우리의 다음 숙소가 있는 비크로 다시 달려가는 중인데, 오픈톡에 정보가 올라왔다. 비크에 현재 눈보라가 휘몰아친다고 한다. 그쪽으로 이동을 해야 하는데 걱정이다. 도대체 이 나라는 하루에 몇 개의 계절을 가진 걸까.. 아이슬란드에 온 후 가지게 된 가장 큰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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