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꽤 한다고 생각했었다. 어릴 때부터 꾸준히 일기를 써왔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일기를 쓰지 못하는 대신 다이어리를 통해서라도 내가 했었던 일들을 기록으로 남겨왔기 때문이다. 얼추 다시 세워보니 약 20여 년이 넘는 시간을 하루라도 무엇인가를 쓰는데 중독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갑자기 책을 쓰겠다는 생각을 가지고서 겁도 없이 도전을 했었고 정말 운이 좋게 나의 이름으로 책을 한 권 출간할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것으로 인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시나브로 게을러지는 나태함으로 인해 하루하루 써오던 다이어리도 어느 순간 손을 놓게 되었고, 책을 출간한 이후 최소 1년에 한 권씩 꾸준히 책을 내겠다는 계획도 어느덧 3년을 훌쩍 넘어가고 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첫째, 내가 게을러졌다. 인정하기 싫지만 정말 게을러졌다. 나름 무언가를 꾸준히 습관화해서 꾸준히 하는 것은 자신이 있었고, 그나마 팔굽혀펴기는 꾸준히 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뿐이었다. 내가 계속해야 하는 글쓰기는 그대로 멈춰있었고, 어떠한 핑계도 댈 수 없는 완벽한 나의 게으름으로 시작되었다. 바빠도 하루에 반 페이지는 쓰기로 했던 것은커녕 한 줄 쓰는 것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우면 덥다고 추우면 춥다고 하지 못한 각종 핑계과 더 이상 친하게 지내지 않기로 했다. 때마침 이직을 통한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는 기회도 되었고, 더 이상 물러서면 평생 다시 글쓰기를 가까이할 수 없을 거라는 막연함 앞에 굴복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둘째, 핑계 없는 무덤 없다고 하지만 어디다 글을 써야 할지 고민을 하다가 그냥 시간을 헛되이 보냈다. 블로그도 하고 온라인 카페도 만들고, 글쓰기를 한다고 펜으로 쓸 수 있는 핸드폰까지 마련한 나였지만,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2020년을 넘기기 전에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찾았고, 작가로 글을 쓸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 이제는 한 곳에 정착해서 꾸준히 무언가를 만들 시간이다. 더 이상 돌아갈 길은 없다.
끝으로, 원고지에 글 쓰는 맛! 을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필기를 하거나 직접 펜글씨를 좋아해서 이런저런 핑계로 펜들만 수집했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늘어나는 펜의 숫자에 비례해서 내가 수첩이나 노트에 무언가를 적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다. 원고지를 산다고 하더라도 쓰지 않을 것을 알기에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워드라는 곳에 원고지 모양의 글을 쓸 수 있는 기능이 있음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물론 그냥 워드에 두 페이지를 쓰는 것도 같은 글쓰기다. 그렇지만 원고지 한 장에 직접 타이핑하는 것이 한 페이지를 빨리 끝내는 느낌도 좋고 부담을 덜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이렇게 내일부터 하려는 것을 2020년 11월 2일 오후 8시 39분에 책상에 앉아 이렇게 글쓰기를 하게 되었다.
우선은 이렇게 다시 글쓰기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너무 어렵게 책 한 권의 주제를 가지고 각각에 맞는 소주제에 집착을 하다 보니 사례나 글 쓰기 위한 공부가 잘 되지 못했다. 블로그도 그냥 신변 잡다한 얘기만 남기고 별다른 업데이트를 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연히 본격적으로 글을 쓰려고 했던 2017년 11월에서 3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동안 회사도 2군데나 이직을 하였고, 내가 겪은 경험도 다양해졌다. 그러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이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이야시를 함께 나누고자 한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글쓰기는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