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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한여행 Oct 08. 2021

7. 고생 끝에는 - 1

힘들어야지만 느낄 수 있는 행복

"와아아아아아아!"


안개 너머로 마추픽추의 계단 하나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침 9시에 본 마추픽추는 구름에 곱게 포개져 신비로운 고대 사원의 느낌을 뿜어냈다. 


오는 길이 험난해였을까? 마추픽추를 본 그 순간의 감동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드디어 왔다.


사실 마추픽추는 페루는 왔으니 한 번은 가봐야지 했던 곳으로 못 가면 죽겠다 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워낙 콜롬비아에서 내려오면서 유적지를 계속해서 가는 바람에 모든 게 거기서 거기 같았다. 그래서 쿠스코에서 한 달 반 머무르면서 거의 끝 바지에 마추픽추 여행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저번에도 말했듯이 쿠스코는 마추픽추로 가기 전의 작은 마을로 해발 3,400미터에 자리 잡고 있는데 많은 여행자들이 여기서 고산병을 적응하고 간다. 여기에는 여행사들이 즐비되어 있는데 다들 비슷비슷한 마추픽추로 가는 패키지들을 홍보하고 있다. 마추픽추로 가는 길과 금액은 정말로 다양하다.


유명한 잉카 트레일을 3박 4일 걸어서 가는 방법.

버스를 타고 중간에 내려서 걸어가는 방법.

그리고 돈이 많지만 시간이 없는 분들을 위한 제일 편하게 기차 타서 가는 방법 등이 있다.


가격은 $50불에서 $300불까지 정말 천차만별이다.

거기에다 마추픽추 입장료를 따로 내야 되고 마추픽추가 한눈에 보이는 뒷산인 와이나 픽추를 가려면 여긴 입장할 수 있는 인원수 제한이 있기 때문에 미리미리 예약을 해야 된다.


여행사들 대부분 비슷비슷한 가격을 제시하기 때문에 아무 데나 들어가서 손짓 발짓 다 써가며 흥정하면 된다. 그리고 호스텔에서 만난 사람들과 같이 가서 흥정하면 인원수가 많기 때문에 더 좋은 가격으로 갈 수 도 있다.


그렇게 우리가 선택한 방법! 돈은 없고 시간은 많은 우리한테 제일 좋은, 아니 가장 싼 방법으로 가기로 했다!

봉고차를 타고 Hydroelectric라는 곳에서 내려주면 거기에 기찻길이 있는데 이 기찻길을 두 시간 넘게 따라 걸어가 마추픽추가 있는 마을인 Agua Calientes까지 가는 길이다.


마지막 날에 다시 기찻길을 따라 Hydroelectric까지 오면 봉고차가 픽업해주는 2박 3일 패키지였다.


입장료 포함 패키지는 얼추 200솔인 6만 오천 원을 냈다. 비수기 때 갔던 때라 숙박은 엄청 싸다고 들어서 잠자는 건 거기 가서 알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한 여정. 새벽 7시에 만나 봉고차를 타고 기찻길까지 출발.


어느 정도 갔을까 차가 막히는지 봉고차는 움직이질 않았다. 사람들이 많이 가나보다 하고 눈을 붙였는데, 한 시간이 지났을까, 봉고차는 여전히 같은 곳에서 꿈쩍도 안 하고 있었다. 그 좁은 봉고차에서 좀 더 버티다가 내려봤다. 보이지 않는 도로 저 끝까지 차들이 즐비되어 우리와 같이 멈춰있었다. 그렇게 또 한 시간이 흘렀다. 이러다가 안 되겠다 싶어 다들 사건을 파헤치려 앞으로 걸어갔다.


두둥. 


알고 보니 전날 밤에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엄청난 산사태가 일어난 거였고 그 많은 돌과 흙을 치우는데 투입된 건 불도저 하나. 심지어 불도저가 몸집이 작아서 흙과 돌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제야 도착한 관계자들은 오늘 여길 통과하는 게 무리일 거 같다고 외쳤고, 그렇게 한 두 명씩 차로 돌아가 왔던 데로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안되는데. 벌써 입장료 다 예약했는데. 여행자들은 봉고차로 돌아와 한 두 명씩 가방을 들고 무작정 앞으로 나아갔다. 산사태 난 곳을 넘어가 한두 시간을 걸으면 제일 가까운 마을인 산타 마리아가 나온다. 다들 아마 그 생각이었을 거다. 그 마을에서 어떻게든 택시를 잡고 Hydroelectric을 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산사태 난 곳에는 흙탕물이 산 위에서 철철 흘러내렸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넘어가는 할머니들, 할아버지들, 마을 주민들을 따라 함께 넘어가 산타 마리아라는 동네로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다.


근데 마을까지 이렇게 멀 줄 몰랐다. 이렇게 가다가 마추픽추를 갈 수는 있을까 하던 찰나에 너무 감사하게도 차로 지나가던 페루 가족이 우릴 태워줬다. 원래 아내 친정집인 쿠스코로 가고 있었는데 산사태 때문에 다시 산타 마리아로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야호 이제야 산타 마리아. 여기서 다시 택시를 잡아 기찻길 까지 가야 된다.


택시들도 우리가 절실한 걸 알았는지 한 명당 30 솔을 불렀다. 각자 만원이다. 우리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유럽인 네 명과 탔으니 그 운 좋은 아저씨는 7만 원을 벌었다. 물가로 따지면 30분 거리 태워주는데 한 15만 원 번거 같다. 


그렇게 결국 hydroelectric으로 출발. 길이 길이 아니다. 산 옆을 살짝 긁어낸 도로로 어느 순간 옆 절벽으로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도로다. 그렇게 스릴 넘치는 꼬불꼬불 길을 따라 드디어 도착한 hydroelectric.


밤 8시다. 원래 오후 3시에 도착했어야 됐는데. 마추픽추를 갈 수는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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