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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현 Oct 30. 2019

임신13주차, 병원비 15,896달러

미국 산부인과 체험기 (3)

   병원 가는 날이 찾아왔다. 금요일만 유일하게 학교 수업이 없다 보니 병원 스케줄을 무조건 금요일로 몰았다. 미국에서의 병원 방문이다 보니, 혼자서 병원 가기보단 남편과 함께  동행할 거라는 가정 아래 선택한 병원. 집에서 병원까지의 거리가  되는 지라 남편 차로만 움직여야 한다. (대중교통이  갖춰진 보스턴인지라, 미국에선 기꺼이 뚜벅이 라이프로 살고 있는 늦깎이 유학생 신분) 덩달아 병원 가기로 예약된 날이면, 남편은 금요일에 일찍 출근했다가 조기 퇴근하거나 아예 재택근무를 하게 됐다. 산부인과 일정 때문에 종종 남편 스케줄에까지 영향을 주게 되니 살짝 미안하기는 했으나,  예비아빠라면 ‘감사히’ 감수해야  . 미국 생활이 아직  익숙한 내가 타지에서 병원 가는 설움도 크니 쌤쌤이라고 생각해두기로 한다. 우리 부부에게 금요일은    생각할 여지도 없이 그냥 'OBGYN 가는 ' 되어버렸다.  번째 방문날, 예약은 오후 3! 침대에서 정오까지 뒹굴어야겠다고 단단히 생각해두고 평소보다   게으름을 피워보기로 한다.


세 번째 병원 방문, 기분좋은 상상하며 둥게둥게


오늘 방문하는 병원은  번째,  번째 갔던 병원과 다른 . 내년 4 출산예정일에 '진짜로' 출산을 하게  병원이었다. 매사추세츠 주에 있는 W 병원 규모가 아주 크지는 않은데 남편 동료 여자 교수들과  지인들이 실제로 이곳에 출산한 적이 있고 매우 만족스러워했다고 하여 믿음이 갔다. (다음에 아기 낳으면  여기에서 낳을 거야!라고 했다고 해서 믿고 PICK) 현지 병원, 특히 산부인과에 대해 전혀 정보가 없는 상태였는데, 한국 지인들에게 물어물어 보스턴  보스턴 근교, 많이들 출산한다는 유명한 대형병원  곳을 추려냈다. 그중에서 내가 원하는 한국계 여자 의사 선생님이 연계돼 있는 병원을 고르다 보니, 자연스레 최종 선택은 W 되었더랬다. 물론 미국에서 병원을 고를  내가 가입된 보험 플랜이  병원과 연계가 확실히 되어있는지 확인하는   번째다. 다행히 내가 다니는 학교 보험 플랜이 생각보다 혜택이 빵빵(?)했고, 다시 말해, 내가 부담해야  의료비용이 생각보다 크지 않게 책정된 플랜이었고, 연계된 병원 네트워크도 꽤나 괜찮은 편이었다. 개강하자마자 수강하는 과목에 대한 탐색보다 학교 보험과 치밀하게  연결돼 있는 병원 탐색이 급선무였으니, 이런 유부녀 학생 라이프!


내가 가입돼있는 보험플랜을 확인하고 네트워크 내 담당의 찾기


처음엔  담당 선생님도 결정했고, 선생님이 연계된 병원도 정했으니, 당연히 출산하게   병원으로 검진을 보러 가는   알았는데, 평소 받는 일반적인 검진은 의사 선생님이 상주하고 계신 OB/GYN 오피스로 가는 거고, 출산을   내가 정한  병원으로  담당의가 출장을 나오는 거라고 했다. (언뜻 들어서는 굳이 ? 따로 근무하고 있나? 싶었지만, 병원과 오피스 시스템이 이렇다니 .) 심지어 출산 전에 소아과 의사도 따로 컨택해둬야 한다고 들었다.  마이 . 해본 적 없으니 간단한 절차도 되려 복잡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순간들. “ 때쯤 되면 어떻게든 하게 되겠지.” 걱정은 미뤄두기로 하고 물음표는 집어넣어두기로 한다. 현지에선 그냥 그들이 하라는 대로 그냥저냥 움직이는 수밖에. 오늘 정밀초음파(?) 봐야 하는 장비는 내가 출산하기로 지정해둔 병원에만 있다고 해서 W 병원으로 출동. (아마 한국에서의 1 기형아 검사에 해당하는 검사였던 것으로 추정. 성별을 미처 알기 전인 12  초반)


가을날, 병원 가는 길은  절경이다. 너무 춥지도 않고 바람도 적당히 선선한 가을날. 다들 보스턴 근교,  햄프셔 지역으로 미국판 단풍놀이를 많이 떠나기도 하던데, 임신 이후부터 최악의 컨디션을 나날이 반복하고 있는 나로서는   외출이 쉽지 않았다. 겨우겨우 학교 수업일정에 출석만 해도 다행. 월화수목 학교  4 일정을 소화해내고 나면 금요일부터는 꼼짝도  하고 집에 드러누워있는 루틴, 혹은 병원행. 그나마라도 병원 가는  살짝 콧바람을 쐬면서 잠깐의 가을 공기를 마신다. 미국에서 보내는  가을날이라 안타깝고 서운할 법도 한데 몸이  따라주니  이상의 유흥과 재미를 따질 여력이 없는  현실. 곁에서 보기 안타까운지, 매번 남편은 잠깐의 나들이를 권하지만 절대 '! !'. “ 집에 그냥 있을게. 집이 편해.  움직여.” 같은  마디를 중얼거리는  전부였던 일상. 그나마 지난번과 다른 병원으로 향하느라 새로운  풍경을 맛보는 행운을 누렸다. 새롭게 마주하는 낯선 가을 풍경에 들뜨고, 알록달록 물들어가는 빛깔 덕분에 ‘설렘 살짝 담아봤다. 피곤함 철철 묻은 지친 ‘설렘’으로  번째 만남, 오늘은 어떤 모습으로 나와 남편을 맞이해줄까. 너란 존재.


병원가려 나서던 길, 잠깐의 가을 나들이 기분으로. 미국판 단풍놀이, leaf peeping은 못하더라도 콧바람쐬는 게 어디야.


아담하고 자그마해서 정감 있던 W 병원. 여기서 내가 출산을 실제로 하게  거란 생각에 이곳저곳 눈도장을 찍고, 봄이 되면  파릇파릇하니 따뜻한 느낌이겠다고 짐짓 상상했다. 한국에서의 1 기형아 검사에 해당하는 정밀 초음파 검사였던 지라, 같은 초음파 검사를 받는 데도 시간이 꽤나 걸리더라. 20분에서 30 남짓, 뭔가 꼼꼼히 아기의 움직임을 살피고 이곳저곳의 둘레와 크기를 꼼꼼히 살펴줬다. 정확한 의학용어까지는 단숨에 이해할  없었으나, 어쨌든 목둘레는 정상 범주였고 아기의 움직임, 아기의 심장소리 모든  좋다고 확인. 아기는 건강하게  지내주고 있었으니 다행이다. 나는 극심한 컨디션 난조로 죽어가고 있었을지라도! 이때까지만 해도 성별을 미처 몰랐으니, 짐짓 아들인가, 딸인가 감을 잡아보려고도 애썼던  같다. 제법 꼼꼼하고 디테일한 검사과정을 끝내고, 일정 완료!


출산 병원이었던 W병원에서의 정밀 초음파. 너는 롱다리 확정. ohyeah!


자, 그럼 이쯤에서 궁금할 법한 병원비 이야기를 풀어보기로! 세 번째 방문, W 병원에서의 1차 기형아 검사 비용은 어느 정도였을까. (미국 병원에서의 비용은 나중에 보험사 홈페이지를 통해 자세한 사항을 확인할 수 있고 실제 청구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청구된 빌을 통해 확인한다. 고로 검사받는 당일엔 정확히 얼마나 되는 진료비용인지 알 수 없는 게 일반적) 9월 27일, 진행된 검사에서는 검사비 581달러, 의료진에 의한 진료비(?) 156달러가 청구되었다. 총 737달러. 한국에서 진행되는 산부인과 검진비용이 실제 어느 정도인지 경험해 본 적이 없어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상식적인 시선에서 한번 방문 시 청구된 '일반적인 검사'에 대한 진료 비료는 상당히 '비싸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다행히 가입된 학생보험 플랜 덕분에 실제로 내게 청구된 비용은 0).


이미 지난 2편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10주차에 진행했던 NIPT검사 비용이 총 10,410달러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이야 끄덕일 수 있는 비용이기는 했으나, 모든 비용을 자꾸 더하다 보면 가히 살인적이다. 한번 출산하려면 한 학기 대학 등록금 두 배는 족히 합쳐야 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몰랐던 사실인데 나중에 청구된 비용들을 최종 살펴보다 보니 첫 번째 산부인과 방문 때 이래저래 검사했던 비용들도 만만치 않았다. 9월 13일 첫 방문에 든 비용, 이런저런 항목 (1) 550달러 (2) 1626달러 (3) 1448달러 = 총 3624달러. (한국 원화로 약 430만 원에 달라는 비용). 이 역시 가입된 보험 덕분에 내가 내야 할 비용은 20달러에 그쳤다. 한국에서도 몰랐는데 의료보험이 이렇게 중요하다는 걸 미국에서 절감하고 있다. 두 번째 방문에 든 총 비용은 그나마 401달러. 초음파 한 번 비용이 251달러인 걸 보면서 한국의 초음파 비용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건강보험 혜택도 자동 적용되겠지만 맘 카드 발급 덕분에 한번 출산마다 60만 원 비용도 지원이 된다고 들었는데, 새삼 한국 출산이 부럽기도.


병원 일정 모두마치고 흡입한 달콤이달콤이. 의료보험 아니었다면 이모든 순간 달콤하진 않았을거야


9 말엽,  13주차 지점까지, 어찌어찌하여 모두 합한 최종 의료비는 15,896달러. 입덧   달치만 724달러였으니,  항목 항목마다 입이  벌어졌음은 굳이 적나라하게 표현하지 않아도  듯하다. 너무너무나 다행인  역시나 보험 적용 덕분에  어마 무시한 비용 , 병원 방문에 20달러, 입덧  처방에 50달러만 청구되었다는 사실. 이쯤에 다시 한번 학교 보험 만세! 학생 보험 만세! 아직 미국의 의료보험 세계에 대해  알지 못하는 초보 정착자이다 보니 디덕터블이고, 코페이고 어색한 개념 투성이지만, 어쨌든 대학원생으로서 의무적으로 가입해야만 하는 우리 학교 보험 덕분에 상당히  혜택을 보고 있는  분명해 보였다. 엄청난 비용의 압박감에서 벗어날  있었음에 일단은 다행. 정말 정말로 다행이다.


33년간의 한국에서의 삶, 10년 동안의 직장생활. 여태껏 보험이고 연금이고 관심을 제대로 둔 적도 없었는데 미국살이를 시작하고 나서 제대로 병원을 이용해 보고 나서야 비로소 '보험'이라는 게 왜 필요한 지를 깨달아가고 있는 어른이 라이프. 의료보험의 울타리가 없다면 정말 위험한 상황에도 놓일 수 있겠구나, 절감하는 하루하루. 고작 총 40주 중에서 1/3 정도 지점까지, 이 정도 비용이었다면 나머지 기간 동안 얼마나 더 상당한 병원비 숫자가 적힐지 내심 궁금해진다. 모든 숫자를 합하고 나면 심지어 출산의 고통보다 공포스러운 최종 비용이 적히고 말 것 같다는 건 안 비밀. (와우, 진짜 어디 무서워서 미국에서 임신 출산하겠나?) 그래 좋아. 어디까지 올라가나 한번 지켜보도록 하지.


곧 다가올 할로윈. 곧 다가올 다섯 번째, 11월의 정기검진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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