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외로운가, 필요한 건 위로가 아니다

by 하날빛


현대의 외로움은

누군가 옆에 없어서가 아니라


나에게 돌아가는 길이,

보이지 않을 만큼

복잡해졌기 때문은 아닐는지.


타인이라는 무더기에

쌓인 채.



인간이 가진 가장 역설적인 진실 중 하나는, 함께이기 위해선 혼자일 수 있어야 하며 혼자이기 위해 함께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나 자신에게 머무를 줄 아는 사람만이 타인과의 세상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나로 설 수 있고, 타인의 세계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만이 내면의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다.


혼자일 수 있는 용기와 함께 할 수 있는 포용.


두 가지가 균형 있게 중심을 이룰 때에서야 비로소 우리 각자는, 건강한 [자아]로 살아갈 수 있다.


타인에게 휩쓸리지 않으면서도 고립되지 않는 자아.

스스로를 지탱하면서도, 타인에 의해 갇히지 않는 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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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특히 요즘과 같은 시대엔, [홀로 있음]을 선택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생각해 본다.


손끝만 움직여도 모든 곳과 연결되는 세상.


혼자 있는 시간조차 진정한 나에게 머무르기보다 타인의 시선, 타인과의 비교 속에 사느라 나라는 존재는 얼마나 산만하게 흩어져 버리는 것인지.


어쩌면 현대의 외로움은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나에게 돌아가는 길이, 보이지 않을 만큼 복잡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타인이라는 무더기에 쌓여서.



그 길을 다시 찾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정답이 있어 보이는 곳에서 잠시 떠나볼 수 있는 용기.

모두가 옳다는 길을 등지고 내 안의 미세한 움직임을 느껴보려는 용기.

세상이 제시하는 확실한 길보다 나의 감각을 믿어보는 용기.


이 용기들이야말로, 다시 나에게 돌아가는 길을 찾게 해주는 열쇠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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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 중, '홀로'의 가치를 알게 해주기 위함인 때가 있다.


같은 단어와 주제로 질문을 던지고, 각자의 생각을 적어 내려가는 시간.


정답이 없는 질문에 나의 답을 찾아가는 것은 딸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다. '모르겠다'라는 대답으로 채워지는 때도 많으니.


그럼에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들마저도 딸아이에게 작은 파편들로 기억에 남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홀로 세상을 마주할 때 아무런 중심 없이 '함께'에 휩쓸려 가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엄마와 함께 했던 시간이, 너에게는 세상 속에서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너의 답을 찾아가는 뿌리가 되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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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하는 딸이 혼자인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가 되길 바란다.


홀로 자신의 세계로 들어가는 시간을 선택하고, 그 가치를 삶에 쌓아가는 아이가 되길 바란다.


'다수' 속에서 정답을 찾기보다, 홀로인 시간 속에서 찾은 너의 답을 가지고 '다수' 속으로 건강하게 들어가길.



혼자인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길 바라.

홀로인 시간으로 네 중심을 만들어가길 바라.


그리고, 나 역시 그런 삶을 선택하기를 두려워하지 않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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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함과 외로움 권하는 세계, 그 안으로 틈만 나면 접속되는 시대.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대중의 위로가 아닌, 그 속에서 빠져나오는 용기다.


타인의 위로를 구하기보다,

나에게 돌아오는 길을 찾는 용기.



* [하날빛의 글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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