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들

by 하날빛


절정의 가을이

남기는, 흔적들.


햇발에도

바람에도

공기에도

산들에도


이 계절이 아닌 곳이

없던, 날.


가슴에 담아두려.





계절이 진하게 느껴질수록,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은 인간 본연의 감각일까.

생명이란 다 타버린 후 그을음만 남은 아스팔트에서, 어기면 안되는 규칙이라도 쌓아놓은 양, 딱딱하게 올라선 콘크리트에서 벗어나려 하는 것은.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인 걸까.



가을이라는 계절에는 누구라도, 자연이 내뿜는 살아있는 공기를 찾아서.

가장 순수한 빛이 스며든, 아무런 이물감도 없는 색을 찾아서 산으로, 들로 나서려는 걸 보면.



우리가 찾는 것은 그저 '자연'이 아닐지 모른다.


자연이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 들려주고 있는 것을 다시 찾고자 함은 아닐는지.

오래전, 우리 안에서도 들려왔던 그 소리를. 스스로에게 들려주던 그 소리를.


삶이, 좀 둥글어도 괜찮아.


조금 느리면 어때.

네 계절이 오고 있는걸.


앞서가지 않으면 어때.

네 꽃은 반드시 피어나고, 열매는 맺혀질 것을.


가지 마른 나무가 되면 어때.

그 자리에서 다시 너의 싹은 움트게 될 것을.



위엄있게 들어선 회색빛 건물에 둘려 살다 보면 마음도 각지고 삶도 각지고, 정해진 틀에 맞지 않는 나는 낙오자가 된 것 마냥 뒤처짐을 느낄 때가 많다.


마음 안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는, 그마저도 차갑고 굳은 건물벽 틈 사이로 들어가 버리고.

아무것도 듣지 못한 채 남들 따라가느라, 뒤쫓아가느라, 혹은 앞서 가려느라 삶을 경주하듯 달릴 때가 우리에게는,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기어이 오고 마는 가을이란, 얼마나 묘한 계절인지. 이처럼 우리의 내면을 흔들어 놓는 계절이 있었던가.


여름의 열기가 가라앉고, 겨울의 차가운 침묵이 다가오기 전.

마지막 절정의 빛깔로 온통 세상을 적시는 가을에는, 우리 모든 감각을 깨우는 힘이 있는 것이다. 오래 숨 쉬지 않던 감각을.


자연이 사방으로 뿜어대는 살아있는 공기를 찾아 나서는 계절.

가장 순수한 빛이 스며든, 아무런 이물감 없는 색을 찾아 산으로, 들로 나서게 되는 계절.


가을은, 우리 안의 자연을 다시 불러낸다. 동시에, 우리 안에 오래전 잊혔던 소리도 함께.


삶이, 좀 둥글어도 괜찮아.


조금 느리면 어때.

네 계절이 오고 있는걸.


앞서가지 않으면 어때.

네 꽃은 반드시 피어나고, 열매는 맺혀질 것을.


가지 마른 나무가 되고, 잎이 좀 바스러지면 어때.

그 자리에 다시 너의 싹이 움트게 될 것을.



절정의 가을이 만든 계절의 색은, 자연의 것만은 아니지 않을까.

그것은 어쩌면 '우리를 위한' 물듦일지도.


회색빛으로 둘러싸인 세상에서 우리를 조용히 불러내는, 그리하여 우리 본연의 색을 되찾게 하려는 물듦.

정신없이 달리느라 한동안 잊고 있던 '나의 계절' , '나의 색깔', '내가 피우는 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려는 물듦.


가을은, 매해 그렇게 우리를 불러내고 있는 것이다. 산으로. 들로. 숲으로.



절정의 가을이 남기는, 흔적들.


햇발에도

바람에도

공기에도

산들에도


이 계절이 아닌 곳이 없던, 날.


나는 아마도 이 햇발 속에서, 하늘의 숨결을 담은 바람과 공기 속에서 그들이 나에게 남기는 이야기를 찾으려, 왔을 것이다.


네 꽃은 반드시 너의 색깔로 피어나고, 열매는 맺혀질 것임을.


때로 가지 마른 나무가 되고, 잎이 바스러져도 그 자리에는 다시 싹이 움트게 될 것임을.



돌아서 가려는 길,

붉은 단풍잎 하나가 빙그르르 바람결에 원을 그리며 발 앞에 떨어진다. 으스러질듯한 여린 몸짓으로.


가을이 들려준 소리를 가슴에 담아두려,


남기는 글.



* [하날빛의 글 정원]

글로 이끈 삶을, 글로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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