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나에게로 오다
새로 구성된 5학년 담임 선생님들과 처음 만났던 2월.
처음 만나자마자 하는 일이 있었으니. 반배치가 끝난 아이들의 명단을 뽑는 순간이다. 이 한 순간이야 말로 한해의 명운이 달린 일이 아닐 수 없으니 누군가는 이날의 뽑기(?)를 위하여 목욕재개 하고 백일기도를 드리고, 기독교 신자라면 간절한 바램을 담아 기도를 한다는 웃지 못할, 하지만 진심이 가득 담긴 소문들이 무성한 시기이다.
나는 어차피 반쯤 체념한 상태로 5학년에 왔으니 누가 오든 대수랴 싶었다. 역시나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고 했나. 내가 뽑은 명단에는 2학년 때부터 명성을 떨치던, TOP 1, 2의 자리를 다투는 아이가 들어있었다. 새로 온 교사를 빼고는 모두가 잘 아는 바로 그 녀석이다. 2학년 때 담임 선생님을 정신과 치료 받게 하고 학폭을 매년 연례행사처럼 열던 녀석.
하지만 놀랄 것도 슬플 것도 두려울 것도 없었다. 이미 각오한 일이니까. 어쩌면 이 녀석을 만날 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마음은 생각외로 평안했다. 주변 선생님들이 위로를 건넸고, 걱정을 해 주었다.
그날 이후 밤낮으로 이 녀석이 어떤 캐릭터일까, 어떻게 다룰 것인가, 머릿속에는 폭풍같은 시뮬레이션이 돌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