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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승창 Sep 28. 2021

4차산업혁명시대도 사람이 중요하다

스마트한 공장 만들기와 공장을 스마트하게 바꾸는 것의 차이

베를린 슈프레강 주변. 베를린의 IT기반 스타트업들이 많이 입주해 있다.


4차산업혁명이란 말은 익히 알려진 대로 '다보스포럼' 클라우스 슈밥이 이야기한 "지금의 디지털이 가져온 세상의 변화" 지칭하는 말이다. 4차산업혁명이라고     인가의 여부보다  흐름이 혁명적이라는 점에서 대개 동의하고 사용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특히 코로나19 이런 흐름을 더욱 가속화하고 급진적으로 만들고 있다.



우리는 4차산업혁명이라 말하고 독일은 산업 4.0(Industry4.0) 이라는 말을 사용해서 비슷한 느낌을 준다. 디지털이 가져온 변화는 지금 우리가 사는 삶 전체를 바꾸어 놓고 있고 그런 점에서 가히 혁명적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도 집권 초부터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구성하고 정부가 이미 와 있는 변화에 대해 체계적이고 전면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스마트팜, 스마트도시, 자율주행차, 드론산업 등 새로운 산업의 발전전략을 각 부처가 앞다투어 내놓았다. 새로운 산업의 도전을 가로막는 규제들을 정리하기 위해 규제샌드박스니 개인정보보호 규제 완화니 하는 걸림돌을 정리해 주는 논의도 본격적으로 전개되었다. 관련 창업펀드도 과감하게 만들어 주는 등 4차산업혁명의 확산을 위해 범정부적인 노력을 전개했다.



그러나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은 장병규씨가 위원장을 물러나며 자신의 발언에 청와대 참모들이 불편해 한다는 이야기를 전한 것과 특히 그 무렵 기재부 산하 혁신성장본부 공동본부장이었던 쏘카의 이재웅 대표가 공유경제와 원격진료 등을 의제로 홍남기, 최종구 장관과 설전을 벌이는 등 기업 측에서는 정부의 대처가 혁신적이지 않고 관료적 대응이 많다며 논란이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공유경제의 상징처럼 된 타다가 영업금지 조치됐다.



이런 논란들을 보며 왜 우리는 늘 새로운 패러다임이 논의되면 구조와 제도, 정책의 우선순위의 변화로 이어지지 않고, 새로운 의제와 ‘사업’의 나열로만 전개되는지 의문이었다. 독일의 경우와 비교해 보면, 우리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디지털이 가져오는 새로운 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산업들이 발전하도록 하는 것은 당연했고, 무엇보다 기존 산업을 디지털화 하려는 노력이 인상적이다. 우리의 경우 대기업들은 스스로 디지털 화 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이 과정에서 도태되기 쉽다. 하지만 독일은 기존 제조업들의 ‘스마트화’를 중요한 국가발전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다. 그 전략의 중심에는 기존 산업과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중요한 당사자로서 변화의 과정에 함께 하고 있다.



독일 정부의 4차산업혁명 대응전략은 그 자체로 독자적인 전략이기보다 하이테크전략이라 부르는 독일의 국가발전전략 안에 위치한 개념이다. 특히 산업 4.0(Industry4.0)이라는 개념은 2010년 하이테크전략 2020 중 10대 미래전략프로젝트의 하나로 설정된다. 이 미래전략프로젝트는 기후변화, 에너지, 고령화, 디지털화, 이동, 안전 등 미래의제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이 전략에는 특히 실행전략으로 사회혁신전략이 강조되는 데 시민사회의 참여를 중요한 전략으로 채택한다.)



눈여겨 살펴볼 것은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집행하기 위해 만든 산업 4.0(Industry4.0)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에는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3개 협회와 정부 부처 외에도 지멘스같은 대기업과 금속노조와 같은 산별노조 등 주요한 주체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 4.0(Industry4.0) 이라는 독일 제조업을 위한 미래 프로젝트를 구체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단위가 산업 4.0(Industry4.0) 플랫폼이고 각 지역의 클러스터들이 기존 제조업의 공장들을 디지털화 하기 위한 구체적인 프로젝트들을 실현 중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디지털화가 가져오는 산업의 변화는 '신산업' 분야의 창업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존 제조업을 디지털화 한다. 중요한 것은 그래야 기존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생산현장에서 퇴출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화되는 생산공정에 새롭게 적응해 공동체가 유지되는데도 기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 과정을 잘 드러낸 것이 노동 4.0이다. 노동 4.0은 2014년의 신 하이테크 전략에서 디지털 사회에서의 노동이라는 의제로 설정된 이후 2018년의 전략에서는 경제 및 노동 4.0이라는 핵심의제로 설정되어 디지털화된 업무환경에서의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새로운 업무환경의 설계라는 목표를 갖게 된다.



이처럼 스마트공장과 자율주행차, 공유경제만이 4차산업혁명이 아니라 기존 제조업의 디지털화야 말로 사회 전체가 안정적으로 4차산업혁명에 적응해 가는 과정이다. 더구나 코로나19는 특히 교육이나 의료분야 등에서 기존 제도나 관행이 가로막고 있던 규제들을 훌쩍 뛰어넘어 급진적으로 디지털화를 앞당기고 있다. 그래서 더욱 새로운 산업과 기존 산업 모두 디지털화에 적응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전략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여전히 사람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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