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소멸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과 인구
인구감소로 사라져 가는 지역들이 생긴다는 걱정은 이제 새삼스런 일이 아닌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를 확인이라도 하듯이 2021년 10월 18일 당시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인구감소지역 지정 및 지원 방향’이라는 브리핑을 통해 전국 229개 지방자치단체의 39%에 이르는, 무려 89곳의 지역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지방이 사라져 간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어디라고 확인해 준 셈이기도 했다. 그동안에도 시·군통폐합 등으로 사라진 지역들이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곳이 사라질 수도 있을 줄은 몰랐다.
행안부 발표에 의하면 지역별로는 전남과 경북이 각각 16곳으로 가장 많았다. 강원(12곳)·경남(11곳)·전북(10곳)이 뒤를 이었다. 충남과 충북, 경기가 각각 9곳, 6곳, 2곳씩이었다. 광역시 가운데 부산(3곳), 대구(2곳), 인천(2곳) 등 일부 구·군이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됐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이들 지역에 △인구활력계획을 세운 지방자치단체에 맞춤형 지원 △인구감소 대응 사업에 지방소멸대응기금(연간 1조원, 10년)과 국고보조사업(2조5600억원) 활용 △인구감소지역지원특별법 제정 추진 △특별지자체 설립 등 지자체 간 연계협력 강화 등 지원책을 약속했다.
사실 인구 감소에 대한 지방자치단체들의 노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각종 대책들이 나오고 있고, 웬만한 지역에서는 귀농귀촌 사업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남 해남군의 경우 최근 파격적인 출산장려금으로 전국 합계출산율 1위의 도시임에도 인구는 줄어들고 있어서, 여전히 정주인구를 늘리기 위해 대대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폐교에 도시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작은 학교 살리기’라는 새로운 전략으로 20가구를 유치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지방소멸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전혀 다른 접근방법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인구의 증감을 주민등록상의 ‘정주 인구’ 개념으로만 보지 말자는 것으로, 일본의 ‘관계 인구’나, 독일 등 유럽의 ‘복수주소제’ 등이 그것이다. ‘관계 인구’란 주민등록상의 정주 인구가 아니라 요즘 유행하는 지역에서 한 달 살기나 일 년 살기 등 일정 기간 체류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부터, 여행 등 어떤 식으로든 지역과 ‘관계’를 맺게 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이해된다. 알려지기로는 2011년 일본 시마네현의 주임급 공무원의 제안으로 고향을 떠난 사람들에게 고향을 알 수 있게 해 보자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경우는 조금 다르지만, 서울시의 ‘생활인구’ 개념도 유동 인구가 많은 서울의 특성을 감안하여 행정적 필요에 의해 설계한 개념이다. 이런 시각으로 보면 서울시의 실제 정주 인구 보다 많게는 25% 정도의 인구가 주민등록상 인구보다 많이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여러 도시가 청년 마을 등 청년들에게 각종 체험 프로그램이나 창업 등 여러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도시 마다 귀농과 귀촌 프로그램을 중요한 정책으로 내걸고 인구를 늘리려 애쓰고 있다. 은퇴 후의 삶을 생각하며 귀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주말에 주로 이용하는 세컨하우스 개념의 거주인구도 생겨나고 있다. 직장과 자녀교육 문제로 두 지역에서 생활하는 경우는 이미 일반적이다. 이런 경우 독일 등 몇몇 유럽 국가는 복수주소제를 도입하고 있는데, 거주하는 곳을 주 거주지와 부 거주지로 나누어 부거주지에서도 일종의 주민세 개념의 세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일본과 독일, 서울의 경우 등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통한 지역 도시의 소멸과 관련한 인구 늘리기 정책은, 정주 인구 중심이 아니라 다기한 이유로 지역과 연결된 사람들 모두를 자치단체가 포괄하는 인구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러면 지역소멸에 대응하는 전략도 다르게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부 연구에서는 복수주소를 도입하고 두 주소지 모두에서 주민세를 나누어 내게 함과 동시에 적극적으로는 양 주소지 모두에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주는 문제까지 검토하자는 주장도 있다.
물론 이것 하나로 지역소멸이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출산장려금 정책이 그다지 효과가 없다는 것도 이미 확인되고, 제로섬 게임처럼 이어지는 지금의 귀농 귀촌 정책의 한계도 생기는 가운데, 도시의 인구를 정주 인구로만 보지 않는 패러다임의 전환은 지역소멸 문제에 대응하는, 다른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 정책설계의 기초가 될 새로운 인구개념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