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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승창 Aug 25. 2021

박물관이 도시의 풍경을 바꾼다

서울 공예박물관을 다녀오다

서울 안국동 구 풍문여고 자리에 들어 선 공예박물관



서울 중심가 안국동 로터리, 구 풍문여고 자리에 서울시 공예박물관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공예박물관인데, 기획단계에서 부터 서울시 중심가 요충지에 오피스텔 등 빌딩을 짓지 않고, 박물관을 짓는 것에 대한 논란이 많았댜.

  반면 유럽에서는 유리공예나 도자기 등을 전시하는 박물관이 적지 않다. 특히 도자기에 대한 관심이 커서 애초에는 중국의 것을 모방하다 독일의 마이센처럼 도자기의 본산이 되어 버린 경우도 있다. 베를린에 있을 때, 마이센을 가지는 못했으나 아우구스트1세가 사용하고 수집한 것을 비롯해, 여러 도자기가 모여 있는 드레스덴 츠빙거궁전의 도자기 박물관이나 베를린 샤를로텐부르크궁의 도자기 컬렉션을 보고 그 규모와 관심에 놀란 적이 있다. 관람하는 사람도 많지만 지금도 중요한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공간들이기도 했다.



물론 지금의 서울시 공예박물관은 그에 견주기는 어렵다. 소장품도 그에 견줄 만큼 많은 것도 아니고, 공예의 특정 분야를 특화한 박물관은 아니기도 하다. 반면에 현재의 전시만으로도 공예란 것이 얼마나 다양하며 현재에도 발전가능성이 있는 분야라는 것을 쉽게 알게 해 준다. 지금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새 건물을 짓지 않고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장벽을 없애 버린 공간의 모습은 비판과는 다르게 공공건물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도시재생의 좋은 사례이기도 하다.



지난해 필자가 공예박물관을 가 보았을 때는 개관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코로나로 인해 개관행사도 하지 못한 채 예약으로만 관람객을 받고 있는데도 한 달 후까지도 예약이 거의 다 채워지고 있을 정도로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었다. 그만큼 콘텐츠가 분명한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 문화적으로 사람들이 찾을 공간이 부족하다고도 할 수 있다.

  사실 지난 10년동안 서울시에 만들어지거나 기획된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13개 정도다. 서울시는 공예박물관 같은 테마형 뮤지엄을 2023년까지 9개까지 만들 계획이다. 공예박물관 건립이 논란이 될 때, 물론 여러 사유가 있었지만 그 중에 시내 중심가에 새로운 건물을 짓지 않고,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박물관으로 만든다는 것이  여러 비난과 조롱을 받은 가장 큰 이유였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보다 부동산 개발과 비즈니스 측면에서 유리한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많은 부가가치를 가져 온다는 생각의 차이가 분명했다고 할 수 있다.

 

평면적으로 비교 할 수는 없지만, 베를린의 경우 서울 보다 인구가 적은데도 박물관과 미술관 등 전시와 공연이 가능한 공간이 1000여개에 이른다.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좁혀도 500여개가 훌쩍 넘는다. 하지만 이에 비해 서울은 국공립과 사립을 다 합쳐도 130여개 정도이다.(서울시 박물관 통계, 서울시, 2021)

 이 중에 시민들이 자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30여 곳의 국공립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사립박물관과 대학박물관이다. 대부분 90년대 이후 정부의 권유에 의해 정책적으로 만들어진 박물관들이다. 그 중에는 삼성의 리움미술관이나 간송미술관, 가구박물관 등 우리가 떠 올릴 수 있는 유명한 사립박물관이나 미술관들도 있다. 그러나 재벌이 운영하는 곳이 아닌 다음에는, 재정적 어려움으로 지속적인 운영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사립박물관의 이용률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부의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부족하고, 일정한 기준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사립박물관의 경우 부실한 운영이 많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이기도 하다.



2019년 정부는 ‘박물관 미술관 진흥 중장기계획’을 통해 박물관과 미술관의 숫자를 지금보다 186개 더 늘리고, 박물관과 미술관의 비전과 공공성 강화, 전문성 심화, 지속가능성 확보 등의 방향아래 시민들의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여 2023년까지는 이용률을 30%까지 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박물관과 미술관은 그 도시의 문화수준을 볼 수 있는 척도다. 우리가 빌바오의 구겐하임미술관이나 베를린의 박물관섬 이야기를 통해 그 도시를 이야기를 하고 그 나라를 이야기하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더욱 그렇다. 서울이라는 오래된 도시에 국공립으로 운영되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30곳이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은 되돌아 볼 일이다. 도시를 대표하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그 자체로도 사람들을 불러 들이지만 그와 관련된 많은 기획자와 창작자들이 도시를 창의적 공간으로 만들어 주게 된다. 그 나라의 문화적 수준과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도시를 활성화하는 중요한 인프라다.



사실 누가 이것을 모르겠는가? 실제 만들지 않았을 뿐. 서울시 공예박물관이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공간이 되고 있다는 것은 이후로도 실제 공간이 만들어지게 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반가운 마음이 든다. 서울이라는 도시의 문화적 수준이 지금 보다 더 높아지고, 젊은 기획자와 창작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더 늘어나는 것이 서울이 보다 창의적인 도시로 성장해 가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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