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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승창 Jun 09. 2021

기후위기의 시대와 서울

걷는 도시 서울을 생각한다

다시 열린 광화문광장, 서울을 점점 보행자 친화적인 도시로 만들어 가기 위한 발걸음


지난 서울과 부산 시장 보궐선거에서 15분도시와 21분도시가 선거전의 주요의제로 잠시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사라졌다고 표현한 까닭은 선거전 초반에만 이슈가 되었을  중반과 후반에는 누구도 의제로 거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상 의제를 제기한 박형준, 박영선 후보가 주장하는 내용이 무엇보다 15분도시나 21 도시라는 개념과 그다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15분도시라는 개념은 파리의 안 이달고 시장이 주장하고 실현하고 있는 개념이다. 이달고 시장의 15분도시는 코로나 이전부터 주장해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기후위기의 시대에 도시가 변하지 않고는 탄소배출을 줄일 수 없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파리를 ‘걸어서’ 15분 이내에 삶에 필요한 공간들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말하는 것처럼 공항에서 도심까지 루프를 만들어 15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도록 도시의 외곽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개념이 ‘15분도시’가 아니다. 정반대의 내용을 같은 단어에 담은 셈이다. 박영선 후보의 공약처럼 21분거리 권역마다 기존의 공간을 다시 개발해 똑같은 녹색빌딩을 세우겠다는 것도 역시 아니다. 오히려 교통체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큰 거대빌딩들은 더 짓지 않거나 없애는 것이 15분도시 개념에 어울리는 일이다.



이달고 시장의 ‘파리를 위한 선언(Le manifeste pour Paris)’의 방향은 ‘생태’와 ‘연대’, ‘건강’이다. 박형준 시장의 15분도시 처럼 ‘효율’과 ‘개발’이 아니다.



"우리를 위협하는 위기에 맞서기 위해, 사회적 정의와 환경 보호는 모든 정책의 중심에 놓여야 한다. 경제적 효율성을 이유로 에콜로지(생태)에 대한 야심을 포기할 때가 아니다. 우리의 도시가 회복될수록 우리의 건강 또한 잘 지켜질 수 있다. 따라서 에콜로지는 그 어느 때보다 미래를 위한 가치의 중심에 놓일 것이다."(목수정의 바스티유 통신, 2020.6.19 오마이뉴스에서 인용)



그를 위해 파리는 자동차의 주행속도를 제한한다. 우리의 스쿨존 속도와 같은 시속 30키로다. 안전과 대기오염 축소로 가져 올 건강, 소음의 감소로 인한 도시의 평화가 혜택이 될 것이라고 한다. 마천루 6개를 건설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백지화하고 파리는 세번째 숲을 건설한다. 용산공원을 숲으로 만들려 하는 서울시의 계획은 각종 건물과 주택건설 요구로 시달리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도시를 만드는 방향의 차이가 극명하게 느껴질 정도다. 더 놀라운 것은 향후 6년간 파리의 시내 주차장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시내에는 차를 가지고 오지 말라는 것이다. 대신 자전거전용도로와 나무가 심어지는 보행자 길이 만들어진다. 서울시의 자전거 고속도로라는 야심찬 계획이 이에 부합하는 계획이 될 지 지켜봐야 한다.



도시의 건물들은 생태기후적 지역도시계획(PLU: Plan local Urbanisation)에 기초해 새로운 건축기준에 의해 만들어진다. 친환경 건축자재와 공간과 자연환경과의 조화, 공간의 개방성 등이 새로운 기준으로 이야기된다.



파리에서는 과도한 에너지를 소비하는 디지털 광고판은 퇴출하고, 유독 많은 에어비앤비 주택을 사들여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 사회주택의 비율도 25%까지 올리려는 과감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파리시민들을 위한 식량자급률을 높일 수 있는 도시농업을 확대하고, 채식과 유기농 식재료 유통을 확대한다는 계획은 축산이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 중 하나라는 인식에 기초한다. 서울시가 주민모임에 100만원씩 지원했다고 예산을 낭비했다며 질타하는 언론과 야당의 주장과는 반대로 파리시는 이런 모임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우리의 마을공동체센터 같은 기관을 20개 구마다 '연대 센터(Fabrique de la solidarité)'로 설치하기로 했다.



2020년 7월 20일자 타임지의 표지 제목은 ‘one last chance’이다. 한 번의 마지막 기회. 그만큼 절박하다는 이야기다. 관련 기사에 의하면 코로나19로 인해 세계는 그 전에 비해 탄소배출을 7%를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탄소배출을 줄이는 일은 그만큼 심각하고 어려운 과제이다.



우리의 경우 지난 정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여러차례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의 정부계획은 제대로 수립되지 못하고 있거나, 절박감에 대한 인식이 공유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윤석렬정부는 계획의 후퇴를 공약했고, 실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코로나19가 WHO에 의해 팬데믹으로 선언될 즈음 MIT Technology Review는 코로나 팬데믹 사태는 일시적인 일상의 중단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방식의 시작이라고 갈파했다. 하지만 우리는 어느 정도로 절박감을 느끼고 있을까? 지난 9.24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3만여명의 시민은 관련 시위인파로는 역대 최대였다는 점에서 확실히 과거보다는 공감대가 넓어진 것은 분명하다.



우리 사회가 삶의 방식에 대해 ‘전환’을 생각하고 실제로도 그 변화를 느끼는 데 있어서 도시공간의 변화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이달고의 파리를 위한 선언은 그런 점에서 혁신적이다. 나는 그에 걸맞는 우리 사회의 변화의 상징 중의 하나는 서울이라는 도시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물론 서울은 파리와 비교하기 어려운 도시 규모를 가지고 있다. 마침 지난해까지 광화문 광장을 넓히는 문제로 논란이 많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광장은 재구조화되어 시민들에게 개방되었다. 서울로, 청계천, 인사동과 북촌, 서촌 등으로 이어지는 서울 중심가가 더욱 보행중심의 거리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광화문 광장의 확대를 계기로 서울을 ‘걷는 도시’로 만든다는 야심찬 계획을 통해 서울이, 한국이, 기후위기를 극복하려는 인류의 도전에 앞장서 노력하는 국가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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