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과 함께 잘 살기 위해
2020년 반려견을 입양해 함께 지내기 시작했다. 반려견은 딸아이의 오랜 소망이기도 했다. 이왕 함께 하는 것인만큼 유기견을 살펴서 함께 하기로 했다. 서울에 3곳이 있는 동물보호센터중 한 곳을 찾아 한 달여 동안 입양할 반려견을 정하고 친해지는 시간을 갖고 입양이 결정되었다. 그런 연후 동물보호센터에서 진행하는 교육을 받고 나서 비로소 이름을 호두라 지은 예쁜 반려견이 우리 집 식구가 되었다. 살아 있는 생명체가 집에 들어 오면서 가족들간의 이야기도 많아지고, 함께 보내는 시간도 늘어나서 우리 집으로 보면 식구가 늘어난 것이 가정의 변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베를린에서 지낼 때도 공원에 산책을 가게 되면 반려견과 함께 산책 나온 사람들은 보는 것은 너무 보편적이었다. 특히 베를린의 큰 숲인 그루네발트(Grunewald)를 산책할 때 할머니 몇분이서 강아지들을 데리고 산책하는 데, 놀랍게도 그 강아지들이 전부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라는 것을 알고는 너무 마음이 울컥했다. 마치 할머니들이 정말 자신을 돌보는 아이들을 돌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 장면이 동물에 대한 별다른 감정과 생각이 없던 내게 다른 생각을 하도록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KB금융이 발간한 2021 한국반려동물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30% 정도인 604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양육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 중 반려견은 586만마리다. 하지만 동물등록제에 의해 등록된 반려견은 전국 209만2000마리로 나타났다. 대부분 등록되지 않은 채 양육하고 있어서 잃어 버리면 찾기 힘든 것이다.
북유럽, 독일 등의 국가에서는 유기견을 찾아 볼 수가 없다. 근본적으로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과 정책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에서 동물보호제도가 자리잡았는데, 1933년에 제정된 세계최초의 동물보호법 덕분이기도 하다. 동물을 학대하면 2년이하의 징역에 처하기로 한 이 법은 현재의 동물복지시스템이 만들어지는데 기초가 되었다는 평가다. 이 법은 독재자 히틀러가 만들었다.
반려견 정책은 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반려견의 등록은 의무적이다. 그 중 눈여겨 볼 것은 반려견들이 세금을 내는 것이다. 개의 종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개 100유로 정도 내게 되어 있다. 이렇게 내는 세금을 통해 반려견들은 사람들의 동반자로, 일종의 시민권을 획득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또한 1841년 독일에는 세계최초 동물보호단체인 ‘동물학대방지연합’이 생겼다. 이 단체는 유기동물들을 위한 보호소를 만들어 운영했는데, 1901년 처음 만들어진 보호소 ‘티어하임(Tierheim)’은 지금은 독일 전역에 500개 정도가 운영된다고 한다. 베를린에는 유럽최대의 ‘티어하임’이 있다. 한 해 운영비만 800만유로, 우리 돈으로 거의 100억원에 이른다.
독일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려면 티어하임을 통해 분양을 받아야만 가능하다. 우리처럼 민간에서 임의로 나누어 주거나 펫숍에서 살 수 없다. 세금을 내고 등록을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에 동물을 유기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무엇보다 독일의 동물보호법에서 동물을 인간과 동등한 창조물이라고 규정하고 있기도 하지만, 문화 자체가 반려동물은 가족과 같기 때문에 학대하거나 유기하는 일은 거의 없다.
우리나라도 현재는 반려견 등록이 의무화되었으니, 번식을 금지하고 매매를 금지해야 한다. 그래야 무분별하게 이루어지는 ‘펫팩토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독일의 경우처럼 반려동물에 대해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반려견과 함께 하는 사람들은 전부는 아니더라도 다수가 세금을 내는 것에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반려견 정책을 위한 목적세라면 특히 그럴 것이다. 관련 세금을 거둬 버려진 동물들을 보호할 수 있는 보호소를 설치한다든지, 관련 기업과 교육기관 및 인력의 양성, 관련 보험제도 등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길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반려동물을 입양해 함께 하는 것이 결코 가볍지 않은 선택이라는 것을 확인함과 동시에 동물도 세금을 냄으로써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조건들을 요구할 권리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1000만명이 넘어서는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사람들의 요구뿐만 아니라 동물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제고를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