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신지 묻고 싶습니다.
"내가 상대방을 알고 있다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잘 아는 선배가 무슨 말끝에 이렇게 물어보셨다. 그분은 요즘 본인이 생각하는 상대방을 알고 있음에 대한 기준이 상대방마다 다른 것 같아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고 하셨다. 특히나 어떤 행사나 내가 누군가와 알고 지낸다는 것을 남에게 보이려 할 때 더 그런 행동을 하는 분들을 만나게 되면서 '알고 있음에 대한 기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셨다고 한다. 그 질문을 듣는 순간 당황스러웠다. 내향인인 나는 적어도 내가 얼굴 보고 한 번이라도 인사를 나누어서 알고 계신 분이라 생각했는데 내 명함첩을 보니 얼굴이 생각나지 않는 분들로 다수 채워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이름과 얼굴을 잘 기억해서 상대방보다도 먼저 '이름'을 불러주었던 나였고 수많은 페친들은 내가 알고 있는 분들로만 친구를 맺는다는 원칙이 있었건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얼굴과 이름의 매칭이 어려운 분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글쎄요? 적어도 얼굴은 알고 전화드렸을 때 그분이 제 이름 정도는 기억해주셔야 할 것 같은데....."
라며 말끝을 흐리게 되었다. 나도 그 선배도 정확한 답을 내리지는 못했다. 그러다 우연히 어디선가 얼핏 들은 바로는 사람이 인지하고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은 150명 안팎이라는 것이었다. 나의 명함첩에는 150명이 훨씬 넘는 분들의 명함이 저장되어 있지만 오프라인에서 자주 뵙는 몇 분을 제외하고는 나의 인지에서 바로 등장하지 않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그분들 중에 가끔은 매월초에 새롭게 시작하면서 파이팅하자는 문자를 보내주시거나 행사가 있을 때 행사 관련 안내 문자를 보내주신다. 그분들도 나는 여러 명함 중에 한 사람으로 저장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문자나 안내의 글들을 보내주시는 분들은 그 글들을 보내시면서 한 번쯤 이름이라도 확인하겠지라는 위안을 하면서 차단하거나 수신거부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둔다. 그래도 보내주시는 성의가 감사해서다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 "
만나 뵙는 분들이 많아지고 다양한 분들을 뵙다 보니 긴 대화를 이어가기보다는 짧은 인사말과 가벼운 인사 후 스쳐 지나가는 경우가 많이 생기게 된다. 그러다 보니 얼굴은 아는데 진솔한 대화를 나누기 어려운 경우가 생기고 친한 사이라 해도 따로 일정을 내지 않으면 만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특히 코로나 시국을 거치면서 비대면 활동을 하다 보니 보고 싶은 사람들과 만나서 얼굴 맞대고 진솔한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갖기 어려웠다. 그 시간을 거치고 나면서 소원해진 관계가 많아졌다. 누군가는 이 기회에 깨끗하게 인간관계를 정리해 보는 것도 좋다고 한다. 그러면 어떤 기준으로 나의 인간관계를 정리할지 기준을 세워 보아야 한다.
"잘 지내시죠? 요즘 어때요... 행복하셔요? "
잘 지내는지 묻는 안부인사에 행복한지 지금의 상황에 대해 한번 더 물어볼 수 있는 정도의 관계로 기준을 세우고 싶다. 솔직히 누군가의 상태를 물어보는 것이 꽤 어려운 일이다. 어렵지만 내가 그의 현 상태를 물어봐 주고 상대가 한번 더 지금의 상황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줄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나는 상대방에게 그런 사람이고 싶다. 행복을 가져다 주지는 못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당신이 행복을 점검할 수 있는 사람이기를 바라기에...... 슬슬 내 주변 지인들의 행복을 한번 챙겨봐야겠다. 어렵지만 가장 쉬운 행복 동행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