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들과 계단식 우물
도시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아마다바드 중앙의 사바르마티강 동쪽 편에 위치한 올드시티, 구도시에는 고대 사원들과 유적지가 몰려있다.
간디 아쉬람에서 오토바이차를 타고 강을 건너 도착한 Hutheesing Jain Temple 자이나교사원의 첫인상은 마치 길가에 덩그러니 팽개쳐진 듯한 곳 같아 살짝 당황스러웠다. 방문하는 외국사람이 많지 않아서인지 흔한 영어표지 하나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낯선 외국인이 현지인들의 현재삶을 이러쿵저러쿵 자기 잣대로 따진다는 것도 손님 된 도리는 더욱 아닌 듯싶다.
신을 벗고 내부로 들어간 사원은 사진으로 상상했던 그것 이상이었다. 내부의 정교한 대리석조각들은 프랑스 어느 궁전을 둘러보는 것 같았고 외부의 구조나 조각은 경주 불국사의 도공들이 빗어낸 탑들과 조각의 원류를 짚어보는 것 같았다.
섬세하고 정교한 손길이 동쪽으로 동쪽으로 가면서 참 많이 정제되고 단순화되었구나.
석가탑, 다보탑의 아름다움이 새삼스레 느껴진다.
직관적 아름다움도 있지만 비교를 통한 아름다움의 재해석도 여행의 맛이고 즐거움이다.
이태리, 스페인, 프랑스를 품은 유럽, 미주, 동남아, 중국, 한국, 일본 등등 그간 보아왔던 동서양 수많은 건축물들과 조각상들이 순식간에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각각의 다름.
미의 기준에 줄 세우려 했던 지난날의 어리석음과 함께
올드시티는 정말 번화하다. 아니 번잡스럽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듯하다. 누구랄 것 없이 연신 울려대는 경적음, 계속 뿜어대는 매연 속에서 아슬아슬 경주하듯 달리는 오토바이, 삼륜오토바이차, 각양의 자동차, 자전거, 사람들이 온통 뒤섞여 바쁘게 움직인다. 그나마 마스크라도 착용했으니 망정이지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이 쉽게 적응하기 힘든 대기환경이다.
곡예하듯 도로를 헤집고 도착한 곳은 600여 년 된 계단식 우물 Dada Hari’s Stepwell Ahmedabad은 모스크사원과 함께 있어 고즈넉하다.
어둡고 적막한 4층 깊이의 우물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은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느낌이다. 해저탐험이나 동굴탐험이 이런 기분일까? 피라미드 내부를 들어가는 느낌이 이런 걸까? 이 모두 내겐 아직 겪어보지 못한 상상의 탐험이다.
얕은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 벽에는 정교한 조각이 가득하다. 전하고 싶은 말이 많은가 보다.
천정의 빛을 걸러 도착한 바닥에 고인 물
생활을 위한 생명수일터인데, 지금은 짙은 녹색의 알 수 없는 깊이를 감춘 침묵의 물이다.
아쌈에서 왔다는 소년이 반갑게 다가와 이것저것 묻는다. 함께 온 어머니와 할아버지를 소개하면서 자기네 고향에 있는 유적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는다. 호기심 많은 소년의 눈빛을 보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Dada 계단식 우물 바로 옆 무슬림사원에서는 뜻밖에 유창한 영어로 반갑게 맞이해 주는 사원지기가 손짓으로 부른다. 사원내 정교하게 조각된 돌장식들을 설명하며 자연스럽게 사진 찍기 좋은 스폿을 안내하기도 한다.
왠지 조심스럽게 느껴지는 어두운 공간. 신비롭게 술탄의 관이 놓여있다. 높게 위치한 사방의 작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제한적인 빛과 높은 천정은 무더운 날씨에도 항시 시원한 온도를 유지하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떠나기 전 가볍고 고마운 마음으로 기부함에 지갑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들린 곳은 술탄의 인생의 나무로 잘 알려진 잘리 장식이 있는 Sidi Saiyyed Mosque. 이제 맨발로 들어가는 것이 자연스럽게 익숙해졌다.
종교시설의 창문은 보다큰 나를 연결하는 시각을 인도해준다.
외부의 빛과 공기, 다른 생명등 외부환경과 소통하는 내부의 태도이고 관점이기도 하다.
익숙해져 있는 사찰의 격자창과 컬러풀한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에서 구멍 숭숭 뚫린 돌창문은 주어진 자연환경의 차이와 다양한 인간삶에 대한 이해를 넓혀준다.
구자라트는 술이 금지되어 있고 식단은 대부분 강한 향신료를 사용한 채식위주로 되어 있다.
만국 공통어인 바디랭귀지로 주문한 paratha combo. 기름진 쌀전병에 걸쭉한 강된장을 비교하는 건 무리일까? 아무튼 맛나게 긴 하루의 허기를 달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