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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is journey Aug 16. 2023

[PODO Shorts] 내게 맞는 그립을 찾아라.

포도리 일상단상, 포도쇼츠

30대가 지나면 운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헬스 PT는 재미가 없고 (하지만 근육이 잘 붙는 몸이라 트레이너님들은 항상 내게 욕심을 냈다.), 요가나 필라테스는 잡념을 잊기엔 좋지만 너무 정적이라 느껴졌다. 살기 위해 하는 운동을 근근이 이어나가다, 조금 더 재밌는 운동이 뭐가 있을까 하다가 눈에 들어온 건 바로 테니스.


테니스 열풍이 일어날 때 동참을 하다 보니, 6개월 기다려 겨우 수업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지금은 테생아를 탈출하여 어느덧 2년 차 테린이가 되었다. 운동은 할수록 장비에 욕심이 생긴다 했던가. 처음엔 뭣도 모르고 센터에 있던 라켓을 썼다. 생각보다 팔 힘이 약한 건지, 라켓이 너무 무겁게 느껴져서 칠 때마다 좀 더 가벼운 채를 찾게 되었다.


그런데 테니스를 칠수록 손목과 손가락이 너무 아픈 거다. 처음엔 손목이 약한 건가 싶어서 아대도 착용하고, 테이핑도 했다. 그러다 포핸드 그립을 아예 변경하기도 했다. 그립을 변경하니 좀 나아지는 느낌이 들어, 라켓을 구매를 하기 위해 코치님께 라켓 스펙을 추천받았다. 무게는 얼마, 탄성은 어느 정도, 그립은 4 1/4 즉 2 그립.. 해당 스펙으로 온라인 서치를 하다 보니 거의 비슷한 스펙으로 구매를 하더라.(테린이 한정) 


그러던 중 내 눈에 들어온 건 그립이었다. 저 숫자는 뭘까.. 궁금해져서 테니스 라켓의 스펙에 대해 검색을 해보게 되었다. 그립은 테니스라켓의 손잡이 부분을 뜻하는데, 그립이 클수록 둘레가 큰 것이다. 대부분 2그립을 추천했고, 당연히 코치님들도 2그립을 알려주셔서 나도 실내 연습장에서 연습할 때나 레슨 때 2그립을 찾아들었다. 한 테니스 용품 브랜드 사이트에서 그립에 대한 설명을 보았는데, 0에서 5그립까지 있고 내 손바닥과 손가락 길이를 기준으로 나눈다는 설명을 보고 체크해 보니, 난 더 낮은 단계의 그립이 맞아 보였다.


그러고 나서 찾은 테니스용품점. 용품점 사장님께 손가락과 손목이 아프다 하니, 바로 그립 낮은 걸 추천해 주셨다. 한국에 많이 들어오진 않지만, 낮은 그립이 훨씬 잘 맞을 거라고. 라켓이 무겁게 느껴지거나 손이 아픈 건 라켓 자체의 무게보다 그립 때문일 확률이 높으니, 그립을 바꿔 들어보라고. 그렇게 맞춰 든 그립은 내 손에 딱이었다. 평소 치던 무게보다 무거운 라켓을 들어도 괜찮았고, 무엇보다 손가락과 손목이 너무 괜찮았다. 이게 무슨 일이야? 그 이후로 평화롭게 치고 있다는 후문이다.


사람마다 손의 크기와 손가락의 길이가 다 다른만큼, 내 손에 맞는 그립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런데도 우린 꽤나 천편일률적인 사이즈만 수입하고 있다. 얇게 느껴지면 테이프를 더 감으면 되지만, 두껍게 느껴지는 사람은? 어떡하지? 심지어 테린이 중에서는 나처럼 이 그립이 맞는지도 모르는 분들도 많을 거라 예상한다. 하지만 찾아보기 전까지 그립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주신 분은 없었다. 코치님 역시 보통 2그립으로 하니까 2그립으로 하면 된다는 이야기만 반복했으니 말이다.


비단 테니스 라켓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더이상 '평균'에 갇혀 살지 말고 다양한 모습들이 존재하는 것을 인식하고, 또 인정할 필요가 있다. 물론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말이다. 머지않아 모두가 각자에게 맞는 그립을 어려움 없이 쉽게 찾을 수 있는 날이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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