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토지 투자를 하고 싶은 이유
약 2년 전, 아무런 연고도 없는 지역으로 이사를 왔다. 남편의 일도 약간의 요인은 되었지만, 이사의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 가격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아파트 가격이 너무 올라서 덜 오른 지역으로 밀려 내려왔다. 결혼 후 벌써 다섯 번째 이사인데, 어찌 된 일인지 서울로부터 점점 멀어진다. 우리가 이사를 한 2019년 후반, 수도권에서는 가격이 오르지 않은 아파트를 찾는 게 거의 불가능했다. 이후 지금처럼 고금리가 이어지기 전까지 집 값은 계속해서 올랐고, 그 사이 사람들(특히 무주택자들)은 패닉바잉을 하거나 내 집마련을 아예 포기하기도 했다. 우리의 경우 패닉바잉이라기 보단, 합리적 선택을 했다고 나름 자평한다. 과감하게 수도권 끝자락으로 내려와 자금상황에 맞춰 오래됐지만 넓은 아파트를 구입했다. 좀 더 쾌적한 환경에서 거주하기 위한 실거주 목적이 강하다. 사실 투자라고 하기엔 어딘가 부족하다. 곧 30년 차가 되는 구축 아파트에 대지권(아파트 세대당 배분되는 땅)이 상당히 넓은 아파트라 재건축을 기대해 볼만 하지만, 세대수가 적은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내심 기대는 하고 있다. 언젠가는... 아마도... 이번 생(!) 안에는 여기도 재건축이 되겠지.
독서 모임에서 만난 '김 부장'
낯선 도시에서의 이방인 같은 생활은 나쁘지 않았다. 마치 여행 온 듯 거리 곳곳이 낯설고, 새로웠다. 이사 오기 전에는 아파트 단지만 나가도 대부분 아는 학부모들과 이웃들이라 인사하기 바빴는데, 아무도 나를 모르는 느낌이 나름 괜찮았다. 솔직히 말해 조금 더 편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울 때 필요한 로컬정보가 없는 건 좀 답답했다. 급한 대로 맘카페를 서칭 해가며 아니면 직접 겪어가며 핵심정보를 구축해 나갔다. 그런데 계속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누군가와 소통이 하고 싶었다. 그래서 지역의 독서모임을 찾아 나갔다. 여러 곳을 참여해 보았는데, 그중에 한 독서모임에서는 주로 경제와 관련한 도서와 자기 계발서를 함께 읽고 공부했다. 그 모임에서 '김 부장'을 만났다. 그로 말할 것 같으면...
사실 추천받은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라는 책 이야기다. 3권의 연작소설인데, 우화 같으면서도 현실적인 스토리가 재밌어 단숨에 읽게 됐다. 그중에도 3부 '송 과장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 (소설적인 요소로 보면 1부 '김 부장 이야기'가 가장 재밌다는 의견이 많다.)
“그런데 그 친구가 그렇게 큰 금액을 보상받는다고 하니까 나도 기분이 이상하긴 이상하더라. 나도 만만치 않게 공장에서 고생했는데…….” 금수저가 아니었다. 사기꾼도 아니었다. 평범한 사람이었다. 아니, 원래는 가난한 사람이었다. 중학생 때부터 새벽에 신문 배달을 마치고 우유 배달을 한 사람이었다. 나라고 그렇게 못 될 이유가 없다. ‘꿈이 뭐냐 목표가 뭐냐’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한 번도 머릿속에 있던 적이 없다. 그 아저씨를 알고 나니 나도 목표가 생긴다. 60억 보상받기.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송 과장 편 P. 100 중>
주말마다 본격적으로 땅을 보러 다닌다. 아파트, 상가, 토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현장에 답이 있다’. 현장을 가지 않으면 답을 찾기 어렵다는 뜻이다. 내가 순간이동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축지법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현실적으로 갈 수 있는 거리로 제한한다. 그리고 여기에 내 상황에 맞는 원칙을 하나 더 추가한다. ‘대중교통을 적절히 이용해서 갈 수 있는 곳’. 경기도. 서울. 이 두 곳이 나의 타깃이다. 서울의 토지 시세를 검색한다. 터무니없다. 너무 비싸다. 서울에 인접하여 경계에 있는 경기도 또한 너무 비싸다. 나의 자금으로 가능한 곳은 경기도 외곽이다. 경기도 외곽만 선택하고 집중적으로 땅을 보기 시작한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송 과장 편 P. 136 중>
평범한 직장인이던 송 과장은 큰 부자가 된 아버지 친구분의 이야기를 듣고 '토지 보상'이라는 꿈을 갖게 된다. 그리고 운동화 바닥이 닳도록 임장으로 다니며 땅 공부를 시작한다. 그리고 결국 이뤄낸다.
과연 이게 현실에서 가능한 일일까? 그저 부의 사다리를 올라타고 싶은 현대인을 위한 희망적이고 허구적인 소설일 뿐인 걸까? 책을 덮고도 한참 동안 여운과 의문이 맴돌았다. 그러다 책의 저자 송희구 작가에 대해 서칭을 하게 되면서 이 책이 어느 정도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소설임을 알게 되었다. 토지 투자를 통해 어느 정도 경제적 자유를 이룬 그는 현재까지 큰 대가 없이 자신의 투자노하우를 다양한 채널(블로그, 유튜브, 인터뷰 등)로 공개하고 있었다. 최근작 <나의 돈 많은 고등학교 친구>라는 책도 재밌게 읽었다. 보통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편인데, 이 책의 인세를 기부한다는 말을 듣고 흔쾌히 구매하기도 했다.
그 후로 토지 투자에 대한 마음이 점점 커져 꾸준히 공부 중이다. 보통 한 달에 10권 안팎의 책을 도서관에서 대출해 읽는데, 요즘 읽는 책의 1/3은 부동산(그중에도 토지와 관련한) 책이다. 한 때는 아파트로 투자를 잘하면 나도 언젠간 부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나의 자본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자산가라면 이야기가 다를지 모른다.) 또 정부의 정책을 살펴봐도 쉬운 길은 아니라 판단되었다. (최근 이사로 인해 '일시적 2주택'이 되었는데, 기존의 주택이 팔리지 않아 마음고생을 하다 보니 더욱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흔히 부동산 투자자들이 '부동산의 꽃'이라 극찬하는 토지로 마음을 돌렸다. (왜 꽃이라 표현하는지는 다른 글에서 더 자세히 써볼 예정이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토지는 정말 매력이 있다. 아직 기회도 많고, 나에게도 가능성이 있다고 느껴진다. 토지 투자에 관심이 생기면서 달라진 게 있다면 뉴스가 더 잘 들린다는 점이다. 세상 모든 것들이 투자의 관점에서 재해석된다. 또 희망적으로 미래를 생각할 수 있게 됐다. 내가 사는 아파트 값이 더 오르지 않아도, 설령 잠시 떨어져도 절망하지 않는다.
거꾸로 흐르는 강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인플레이션 시대
지금은 부정할 수 없는 인플레이션의 시대다. 마치 흐르는 강을 애써 거꾸로 오르고 있는 작은 배를 탄 것만 같다. 가만히 있으면 하염없이 후퇴하고, 온 힘을 다해 노를 저어도 전진하기는커녕 제자리를 지키기도 힘들다. 모든 물가가 오르고, 우리의 경제적, 신체적 체력은 점점 떨어져 간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리고 그다음을 준비해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 맞다. 영원히 피하고만 싶은 그 단어. '노후준비'. 노후가 되기 전까지 절대 준비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지만, 그래도 숙제를 해야 한다.
우량주 주식을 조금씩 사모으고 (책 <JUST KEEP BUYING>을 읽고 실천 중이다), 금도 모아두고 (아이가 받은 반지와 팔지, 목걸이가 전부이긴 하다), 달러도 모아두고(매일 1달러씩 적립하는 상품이 있다), 제2의 직업을 찾는데도 열중한다. 그리고 요즘에는 토지 투자(경, 공매를 포함)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이 모든 게 미래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숙제라고 할 수 있다. 굉장히 많은 준비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웃픈건 이 모든 걸 합쳐도 대단한 금액이 아니라는 점이다. 하지만 티끌 불려 좀 큰 티끌을 만들 순 있지 않을까, 오늘도 긍정회로를 돌리며 나만의 정신승리의 길로 향한다. 그리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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