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를 하다 컵을 떨어뜨렸다. 물기를 닦아 건조대에 올려두고 자리를 옮기려다 그만 손에서 미끄러진 것이다. 언젠가 생일에 올케언니가 선물한 컵으로, 꽤 즐겨 사용하던 것이었는데.
요즘 들어 물건을 자주 놓친다. 마치 잡기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아이처럼 손가락 끝에 힘을 제대로 주지 못해 물건을 떨어뜨리는 일이 잦다. 오늘처럼 컵이나 그릇일 때도 있고, 핸드폰이나 리모컨일 때도 있다. 냉장고에서 달걀을 꺼내다 떨어뜨리기도 했고, 얼마 전엔 저녁을 준비하다 손에 쥐고 있던 칼을 놓치기도 했다. 이러다 한 번 다치겠다고 생각하던 차, 결국 오늘 컵이 깨져버렸다.
깨진 컵을 종이로 싸고 에어캡으로 한 번 더 감쌌다. 언젠가 미화원 분들이 아무렇게나 버려진 날카로운 것들로 다치는 경우들이 있다는 기사를 본 뒤로는 버릴 때 더 조심하게 된다. 세게 던져도 안전할 만큼 단단히 감싼 뒤 종량제 봉투에 담다가 문득, 버릴 때도 예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떠나보낼 때는 언제나 마음이 조금은 따라 붙는다.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된 물건이라도 버릴 때는 그에 합당한 예의가 필요하다. 그건 물건뿐 아니라 사람이나 마음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도 모르게 손에서 놓친 물건처럼, 사람이나 마음도 그렇게 놓친 적은 없었을까. 혹여, 버릴 때 예의를 갖추지 못한 적은 없었을까. 고작 깨진 컵 하나를 버리면서 또 이렇게 생각이 많아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