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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소소일기

오늘의 장면

by 이은

공원 입구를 향해 가던 중, 저 멀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아이들이 보였다. 선생님의 손은 둘뿐이니, 선생님의 손을 잡지 못한 아이들은 친구의 손을 잡고 걸었다. 마치, 이 아이만이 나의 구원이라는 듯이. 나의 안전장치라는 듯이. 그럴 리가. 사실 그건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내 멋대로의 생각이고, 아이들은 그저 친구 손을 잡으라는 말에 잡았을 뿐이었겠지.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안의 어린이집 아이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매번 단지 안에만 산책하다 중앙의 잔디마당에서 머물곤 했다. 그 안에서 걷고 뛰고 앉고 사진 찍고. 매번 그런 시간을 보내다 오늘은 선생님들이 용기를 내었을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두 번의 횡단보도를 건너 공원까지 올 용기를.


"친구들아, 이것 좀 봐. 나뭇잎이 예뻐졌어요!"

"이건 무슨 색이지?"

"나뭇잎이 빨갛게 옷을 입었네?"

"저 나무는 노란색이야!"

"어머, 친구들아 이쁜 강아지가 있어!"

"우와, 강아지다!"


그렇다.

그 순간에 우리는 마주쳤고, 선생님의 말에 반응하듯 아이들은 나뭇잎이 아닌 강아지들, 그러니까, 루피와 보아에게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가만히 멈춰 서서 바라보는 아이. "강아지, 안녕!" 하며 손을 흔드는 아이. 아무 말도 없이 손만 흔드는 아이. "강아지!" 하고 눈으로 본 것을 확인하며 입으로 뱉는 아이. "-머!" 하고 멍멍을 말하려 했으나 미처 다 말하지 못한 아이 등. 작고 귀엽고 그 무엇보다도 사랑스러운 존재들이 그렇게 우리를 의식하고, 우리에게 인사하고,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갔다.


횡단보도의 신호가 다시 열리기를 기다리면서 공원을 향해 아장아장 걷고 있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확신하건대, 오늘 내 마음속 가장 소중한 장면으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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