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목수J Mar 14. 2019

쉽지않은 선택

목수J 작가K(18회)

K가 작업실에 놀러 왔다.

나는 얼마 전 주문받은 의자의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었다.

공방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K가 의자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형, 한번 앉아 봐도 되나?”

예민한 성격에다 평소 뭐든 솔직하게 말하려 애쓰는 그의 반응이 기다려졌다.

의자 위에서 이리저리 자세를 바꿔보던 그는

잠시 후 어쩔 줄 몰라 하며 얼굴을 있는 대로 일그러뜨렸다.

“이거, 의자가 영 불편한데…”

나는 그의 반응이 반가워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응.”


“의자가 불편하다니까?”

“알아.”

그가 개똥을 씹어먹은 표정으로 말했다.

“뭐지? 그 반응은? 아직 미완성이라 그런 거야? 이제 곧 편안한 의자가 되는 건가?”

“아니. 안 돼.”

“그럼 젠장, 불편하라고 만든 거야? 가구는 쓰임이 중요하다며? 근데 불편하면 쓰임이 없는 거 아니야?”

나는 대체로 K의 질문들이 반갑다.

지랄맞은 내 성격 탓에 늘 오해를 불러일으키곤 하지만

매번 기분이 상할 법한데도 끝까지 질문을 이어가는 그에게 고맙다.

내가 웃으며 말했다.

“통 뭘 모르는구먼?”

그는 차츰 약이 올랐다.

“뭘 또 모른다는 거야?”

“편한 의자가 좋다는 관념을 깨라고.”

“그게 무슨…”

“편한 의자에는 오래 앉아 있게 되거든. 그게 싫어서.”

“편해서 오래 앉아 있는 게 싫다고?”

“장시간 의자에 앉아 있는 건 건강에 해롭잖아. 불편해서 자주 일어나게 하는 의자가 좋은 의자지. 불편함이 우리를 이롭게 하는 경우지.”

그가 의자를 탁탁 치며 말했다.

“참나, 이 사람이… 불편한 걸 누가 선택하겠냐고.”

“불편함이 만드는 긍정성을 선택한다면 만들어 달라고 하겠지.”

그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것도 많이 팔아먹긴 글렀구만.”했다.


불편한 의자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돈을 주고 사는 물건인데 불편한 물건을 사다니. 호갱이 아니고서야…

그러나 우리는 편하려다가 몸을 망치는 경우를

수도 없이 알고 있다.

그러므로 ‘가구는 편해야 한다’는 관념은

‘가구란 무엇인가’에 대한 반성적 사고를 가로막는다.

일부러 불편하게 만든 가구가,

언젠가

우리가 고집하고 지지해 온 삶의 방식,

가치관, 기성 권력, 지식과 이데올로기…

이 모든 걸 깨부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믿으면서

나는 가구를 만든다.

매거진의 이전글 돈은 안 받을게 빨래는 직접 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