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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던져질 잎을 솎다

0998

by 이숲오 eSOOPo
잎을 고르며
숨을 고르고

살아가는 모습이 다르다 해도

먹고 자고 걷고 살아 숨쉬는 삶에

흠 하나 없이 사는 삶이 어디에 있는가?


-용혜원 <그래 살자 살아보자> 중에서




180여 개 중에서 쓸만한 잎을 고르는 중이다


그중 40%를 솎아내어 네 개의 관문이나 방향으로 구분해 배치할 것이다 그 순간에 문학이 탄생한다


잎들은 제각기 다른 모양을 뽐내지만 뿌리는 같다


옮겨 놓아도 생명력을 유지하게 하려면 어찌할까


과거의 생장을 현재성으로 전환시켜 놓아야 한다


잎을 고를 때마다 숨을 고르고 그 간극을 비교한다


지금에도 푸르지 못한 잎은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정성을 달리 하지 않은 잎이지만 과감히 폐기한다


어제 재의 수요일을 기점으로 사십 일하고 엿새를 이를 수행하는 적일로 삼았다 솎는 일도 참회다


솎는 일은 속지 않고 속이지 않기 위한 거룩한 일


나약하고 불순한 존재이기에 수련의 기간이 필수


봄에는 더 단단해지고 순수해지는 단련을 즐긴다


글쓰기 펜촉을 무뎌지지 않게 하려면 어쩔 수 없다

쓰면서 부끄럽고 쓰고 나서 더 부끄러워지는 당혹


그 커다란 약점을 숨기기 위해 솎는 것이 시급하다


잘 고르고 골라서
더 푸르고 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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