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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의 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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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너무 철학적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동트는 시간이 점점 새벽을 노리고 있다


철학을 담지 않으면 글에 무엇을 넣을까


단숨에 읽히는 글을 충족하지 못한 이유


내가 꼭 아니어도 되는 건 별 볼 일 없다


어쩌면 현실적인 난관이 더 고무적이다


꿈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숙면이었다


능동적인 실패는 성근 조급함을 조련할 뿐


순진한 예술로 보였다면 더 깊게 파는 걸로


낯설어도 내 박자로 춤을 출게요


반복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다행이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그런 두려움은 놀이이거나 게임이 된다


테니스처럼 포인트 사이의 간격이 달라


언제라도 판세는 뒤집힐 태세를 가진다


손에 착 붙는 펜을 고르는 것으로 마음을 고쳐 쥔다


섣부르게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다


의욕은 납부기한에 다다른 청구서가 되기도 하여


다시금 핸드크림을 듬뿍 바르고 책상 앞에 앉는다


은혜를 품은 꽃이라는 맬로는 오늘의 탄생화다


희망을 장밋빛으로 때로는 하얗게 품으라 말한다


다소 식었다가 따뜻해지는 주말의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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