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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Jun 19. 2022

3. 언어의 냄새

누구 말마따나

<기본 문형>
누구 말마따나

<응용 문형>
누가 그러더라고요


I    타인의 판단에 전적으로 위임하려는 소심한 태도


어릴 적 가까운 친척 어르신은 이 말을 입에 달고 사셨어요. 어른끼리의 대화에서도 어린 저와의 대화에서도 이 말은 빠지지 않았죠. 불교신자였었기에 어린 저로서는 뜻도 모른 채 그저 불경의 한 대목이나 되는 줄 알았습니다. 이 말을 하면서 뒤에 이어지는 말에는 한층 탄력이 있었고 어르신의 만족감이 물씬 담겨있었거든요.


'말마따나'는 모양새가 어색해 보이지만 표준어입니다. 어원을 알 수 없기에 유추해보자면 '(누군가가 말한 그) 말이 내가 판단컨대 맞는 말인 듯하여 그 말을 따라 다시 내가 언급해 보자면'을 줄인 말이 아닐까요? 


'누구'는 누구인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 표현은 설득력이 약하게 느껴집니다. 어쩌면 누구는 존재하지 않거나 말하는 자신일지도 모릅니다. 나를 드러내 주장하기에 자신이 없거나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을 때 주관적 판단을 객관적으로 다루어 합리화하려는 것이죠.


게다가 입에 붙으면 말버릇처럼 착착 감기는 맛이 있는 표현이라서 한 번도 안 쓴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쓴 사람은 없습니다. 그만큼 중독성을 띤 표현이죠.



II    창의적인 사고를 방해할 수도


물론 경박하거나 타인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표현은 아닙니다. 그러나 당신이 보다 창의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야 하는 대화이거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자리에서의 스피치라면 지양해야 할 표현입니다.

세상은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을 말하거나 타인의 생각을 빌려 말하는 것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언어 표현 중 유행어처럼 타인의 리듬과 생각에 기대어 있는 건 없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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