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시작하는 말로 상대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먼저 두 가지 생각이 겹쳐서 듭니다. '그렇게'라는 말하는, 상대가 나에 대해 가지고 있는 표상(이미지)이 궁금해집니다. 도대체 나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을까? 하구요. 그다음으로는 '안 봤는데'라는 말을 통해 이 사람은 나를 줄곧 관심을 두고 지켜봐 왔다는 점에 주목하게 됩니다. 나는 당신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살았는데 조금 미안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그다음 이어지는 부정적이고 비난 섞인 말들을 듣게 되면 이전의 생각은 곧 무색해집니다. 마치 아픈 주사를 놓기 전에 엉덩이를 살살 다루는 페이크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말을 하는 이의 심리는 무엇일까요?
II 일방적인 욕망의 기대가 낳은 최후의 허망함
대체로 이 표현은 충분한 합의의 영역을 규정하지 않은 채 진행하는 거래에서 자주 만나게 됩니다. 혹은 일방적으로 상대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으나 상대가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때 사용합니다. 또한 최후통첩의 단호함을 담고 있습니다. 이 표현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당분간 혹은 영원히 상대와 비대면할 것을 각오해야 합니다. 흥분했을 때 주로 사용하는 이 말에는 상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심리가 있어서 좋지 못한 표현으로 보입니다. '나는 순수하고 일관되게 당신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지켜봐 왔으나 당신의 잘못된 행동과 그릇된 말로 이 모든 것들이 무너져 내렸다'라고 원망하는 것입니다. 비난의 토로는 논리에 가 닿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상대의 마음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 표현을 쓰게 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서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하고 결과도 좋지 못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차라리 솔직해지면 어떨까요? '저는 당신이 이러이러하게 알고 계시리라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조금 우스운가요? 막연하게 스스로 정해놓은 기대가 나를 불만스럽게 하고 상대를 당혹스럽게 한다면 내가 문제를 스스로 야기시킨 장본인일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여러분의 언어생활은 안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