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용 문형> 이렇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그렇게 이해하시면 됩니다 이렇게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I 친절하게 경계를 짓는 말
"고객님, 이렇게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일상에서 이 표현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요즘 들어 부쩍 이 표현을 자주 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방금 검색어로 단어가 아닌 이 문장을 넣었는데 관련기사와 글들이 쏟아져 펼쳐집니다. 특히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을 듣거나 서비스업종의 담당자와 통화를 하게 되는 경우 유독 많이 듣게 되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최근 아침 라디오에서도 전문가가 패널로 나와서 교육 정책에 대한 인터뷰를 하면서 이 표현을 사용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진행자 "그러면 혹시 반도체 인력과 관련된 건 이 계약학과 학생들로 생각을 해야 하는 겁니까, 어떻게 봐야 하는 겁니까?
대담자 "그것은 아니고요. 아무래도 이런계약학과는 기업과 학교가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서 알아서 만드는 프로그램이라고 본다면 정원 확대는 아까 말씀드린 반도체 관련된 모든 유관 학과에 정원을 탄력적으로 조정을 하겠다 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2022년 6월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이 말이 언제부터 누가 처음 사용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이 표현이 주는 뉘앙스로 보아 분명 전문자 집단의 구성원이나 관념이나 개념을 전달하는 교수와 같은 엘리트 계층에서 즐겨 사용하다 대중에게 확산되지 않았을까 추측할 뿐입니다.
여러분도 한 번 소리 내어 말해 보세요. 어떠세요? 무언가 세련되어 보이죠? 표정과 자세는 자연스레 무게가 지어지면서 정확한 정보와 체계적인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내가 상대에게 막연했던 내용을 규격에 맞는 상자에 넣어 흐트럼없이 전달해주는 기분이 듭니다. 분위기로만 표현의 가치를 옹호하거나 배척할 수는 없습니다. 예전에는 "이렇게 이해할 수 있어요" 대신에 "이렇게 볼 수 있어요"라고 질문에 맞게 응수했었죠. 보는 것은 결국 이해하는 것으로의 확장이기에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듣는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게 됩니다. '볼 수 있다'와 '이해할 수 있다'는 청자의 능력을 한층 부추겨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당신도 이해할 수 있어요'라고 능력을 인정받았으니 이왕이면 그의 방향과 의도에 힘껏 부응하고 싶어 집니다. 그러니 화자의 논리를 적극적으로 합리화하기에 유효한 표현이 됩니다. 항상 정보를 쥐고 제공하는 자가 권력을 행사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은 정보 수용에 가담하라는 친절한 명령으로 긍정적 외피와는 달리 말의 가공된 성질이 덧붙여 전달됩니다. 그래서 '이렇게 이해하시면 됩니다'라고 듣는 순간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화자의 논리에 수긍하고 저항 없이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는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었고 그 원인과 결과에 문제가 없어 보이네. 역시 내가 납득하고 이해했으니 그 논리는 지지할 가치를 가졌다고 볼 수 있겠군.'
II 자신의 논리와 설득을 위해 남용은 줄여야
그렇다고 너무 남발하지 마세요. 탄탄한 근거를 바탕으로 사용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이 표현은 좀 신중하게 사용해야 합니다. 이 말에는 이해를 돕기 위한 개념의 요약 제시를 위한 확신도 있지만 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미확인된 성급한 정리도 담겨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전문가의 지식 전달 용도로는 유용하고 효과적이나 일반적인 생활 언어로는 그리 적절하거나 아름다운 표현은 아닌 듯싶네요. 달리 사용하고 싶다면 대체 표현으로 '무엇 무엇이 그러합니다'라고 담백하게 사실을 열거하여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다음 이해의 여부는 강제나 권유가 아닌 청자의 자발적인 영역이자 몫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