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보다 아래가 견고해야
부끄러운 글을 쓴다
부끄러운 삶을 살고 부끄럽지 않은 글자로 부끄러운 글을 쓴다
수줍게 살아도 내가 내 안에 무수해서 어쩌지 못하고 부끄러운 발자국을 남기고 또 남기고
고쳐먹은 마음들도 쉬 틀어지고 흐트러져서 어림없는 세상을 부러워하다가 부끄러워진다
부끄러운 글을 쓰다가 자꾸 손이 미끄러진다
고쳐 잡는 펜마다 미끄러지는 건 부끄러워서
매끄러운 글을 쓰려다 자꾸 손이 부끄러워진다
옷깃 여민 마음마다 시끄러워지는 건 부끄러워서
기준의 높이가 아닌 너비를 가지지 못한 탓이다
마냥 솟구치려는 마음들이 쥐구멍을 찾고 있다
낮아지려는 욕망을 잊으면 영원히 부끄러울 것이다
나의 밀린 겸허들을 끌어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