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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Sep 23. 2022

사물과 마음 사이 0 서문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연결

사물에도 마음이 있다면

마음이 사물을 품는다면


사물을 바라보면 마음이 움직인다. 사물은 가만히 있는데 바라보는 나의 마음이 동요된다. 그것이 단순한 우연이나 가벼운 인연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어떤 날에는 마음에 아로새겨진 사물이 보고 싶어 길을 나서기도 했다. 마음에서 사물로 가는 길은 사물 앞에서 바라보는 시선의 길과 심리적 길이는 같다.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과 연결을 꿈꾼다. 보이지 않는 것들은 보이는 것들과 까마득한 전생을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둘은 단절되어 보이나 어떤 연결 끈이 있을 것 같다. 오늘도 사물 자체는 미추에 관계없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사물과 마음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그것이 궁금해졌다. 그렇다면 사물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에게 손을 내밀어 볼 일이다. 사물은 마음을 탓할 것이고 마음은 사물의 신세를 이야기해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사물의 머릿글자는 짐작할 수 없는 마음의 머릿글자들과 이어질 것이다.

그것은 그들끼리의 무언의 계약이자 암호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사물과 마음이 그토록 부딪히고 금세 다정할 턱이 없다.

당분간 사물과 마음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모스부호를 해독하고 교신을 교란할 것이다.

그것이 헛된 수고일지라도 내가 하지 않으면 이번 세기에는 어느 누구도 엄두를 내지 않을 것 같아서다.

사물은 처음에는 토라지다가 훗날 내게 감사의 토사물을 쏟아낼 것이고

마음은 처음에는 호락호락하다가 점차 복잡한 속내를 안으로 삼킬 것이다.


부디 이 글들이 그간의 사물들을 점점 깊어져 보이지 않도록 하고

내 안의 마음들을 속속들이 보이도록 하는데 쓸모가 있으면 좋겠다.


사족:

사물은 세상 보이는 것들의 대표가 되고 마음은 세상 보이지 않는 것들의 상징이 된다.

본디 보이는 것들은 숨고 싶어 하고 보이지 않는 것들은 드러나고 싶어 하는 속성이 있다.

그 욕망을 가만히 누르며 사물은 마음의 도움으로 마음은 사물의 디딤으로 조금씩 고백하도록 부추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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