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를 잡고 나니 다시 1층으로 내려가 차를 주문하고 기다렸다가 들고 올 엄두가 나지 않는다.
자리를 맡아줄 동행인도 없고 맡아둘 소지품도 없고 아이팟을 끼고 있는 옆사람에게 어깨를 두 번 가볍게 두드린 후 그가 아이팟을 뽑으며 내게 보여줄 반응도 낯설고 거절 같은 무표정도 두렵고 마치 관심이라도 있어서 말을 건넨 오해도 받기 싫고 그와 같은 음료를 시킬 건데 혹시라도 같은 걸 알게 되어 내 팔뚝을 꼬집으며 찌찌뽕 할까 봐도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대각선으로 오른쪽 뒤편에서 나누는 세 명의 여인들 대화가 흥미진진해서다.
잠깐인데 각각의 엠비티아이와 서로의 관계와 최근 집안의 우환들을 파악할 수 있어서 난감하다.
서로는 자신의 관심사를 보고하듯 쏟아내고 이야기의 줄기는 세 갈래로 오버랩되고 귀도 입으로 바뀌었는지 듣지도 않고 아홉 개의 입이 열린 것 같아 흘깃 돌아보니 세 명이 분명하다.
모두가 옳은 것을 말하는데 자신의 입장에서 가공한 이야기로 조율을 해가며 첨예하게 좁혀가는데 목소리는 배려가 줄고 커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