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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Feb 07. 2023

어쩌다, 시낭송 030

뻔하지 않으려면

I    패턴을 들키지 마


뻔하다 [뻔:하다]

(형용사)

굳이 확인해 보거나 경험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만큼 명확하다

    

무언가 뜻은 긍정적인 뉘앙스를 풍기지만 실질적으로 사용할 때에는 살짝 그 결을 벗어난다.

-불 보듯 뻔하지 뭐!

-그 뻔한 속내를 내가 모를 줄 알아?

명확하다는 것이 이토록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니.

스스로 설명하거나 증명하지 않아도 명백할 정도라는 말이다.

'자명하다'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스스로 밝으니 보탤 말이 필요 없다.

비교적 '뻔하다'보다는 긍정의 분위기를 품고 있다.

다시 뻔하다로 돌아가서,

왜 '뻔하다'는 본디 풀이말과는 달리 들으면 불쾌해질까.

누구나 새롭기는 귀찮아하지만 새롭게 보여지기는 부지런히 원한다.

상대로 하여금 예측되는 행동이나 말을 듣고 싶지 않다.

게다가 나의 감성과 감정의 결과물에서 이렇게 평가된다면

뻔데기 국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모욕적이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뻔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

확인해 보지 않고는 예상할 수 없게 하거나

경험해 보지 않고는 상상할 수 없게 하면 될 것이다.

패턴을 숨기면 된다.

대부분 뻔해지는 것들의 상당수는 타인의 리듬에 따라 춤을 추는 경우가 허다하다.

너무 자주 그렇게 추고 그렇게 흉내 내어 말하고 쓰다 보니 내 것인 줄 착각한다.

모방이 뻔함으로 가는 유혹이 되기도 한다.

타인이 만든 패턴이라면 숨겨도 뻔해진다.

남이 만든 것들은 숨겨도 세상에 널려 있어서 숨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러니 나만의 리듬으로 패턴을 창조하는 것만이 뻔해지지 않는, 빠르진 않으나 자연스러운 에움길이 된다.

 



II    뻔하지 않는 시낭송을 꿈꾸며


뻔해지기 쉬운 것이 시낭송이다.

하나의 유려한 낭송을 가지게 되면 그다음부터는 자가복제를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마치 결혼식장에 하객으로 입고 간 옷이 적절하고 편안했다고 그 옷을 장례식장에도 입고 가고 등산할 때도 입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려면 세상에 한 편만 내놓는 것이 두 번째부터 읽힐 시들을 구하는 길이다.

날마다 뻔해지지 않기 위하여 앞의 낭송들을 잊어야 한다.

새로운 부대에 새로운 시를 담아야 하는 것이다.

다른 감성으로 갈아입기 위하여 막 떠오른 태양에 나의 목소리를 씻어야 한다. 빡빡.

어제는 어제이기에 옳았으나

오늘은 오늘이기에 어제의 그것이 고스란히 옮겨지면 틀린 것이다.

어찌 시낭송만 그러하냐.

인간관계도 그러하고

책 읽기도 그러하고

글쓰기도 그러하고

사랑도 그러하리라.

뻔하게 사는 삶을 살라고 신이 나를 오늘 살려 놓으신 것은 아닐 터이니.    




III     뻔해지지도 말고 뻔뻔해지지도 말자


https://youtube.com/watch?v=YCSpwPqnNqw&feature=shares

사평역에서_곽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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