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헤아리지도 못하면서
오랜만에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논어의 '학이편' 제1장이 떠올랐다.
두 번째 문장이었던가.
有朋이 自遠方來하니 不亦樂乎한가
친구의 목소리만 왔는데도 반가웠다.
어떨 때에는 실체보다 목소리가 더 반갑다.
특별한 목적을 가지지 않은 전화통화.
그저 안부가 궁금해졌다는 것이 전부.
누군가가 생각나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보이지는 않아도
만나지는 않아도
전화는 손쉽게 상대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길.
그러나 발신버튼을 누르기 전까지는 가장 먼 길.
전화가 가끔씩 반가운 것은 발신자의 마음이 헤아려졌을 때.
그의 그리움의 대상이 되었다는 기쁨과 고마움.
그가 애써 찾은 번호에 선택된 놀라움과 우연.
불현듯 내가 먼저 그를 그리워하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
그리워하는 것은 상대의 존재를 헤아리는 일이 아닐까.
내 앞가림하기 바쁜 요즘의 내가 초라하게 보였다.
캄캄한 밤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어 별을 헤는 일을 잊었다.
눈에 잡힌 별들을 이어 별자리를 궁리하던 그 마음을 잃었다.
그런 날들이 없었기에
별을 헤는 여유가 없었기에
나는 내 휴대전화기 속 수많은 번호들을 지니면서도
용건 없는 통화버튼을 차마 누르지 못하는 것이다.
노래를 듣다 보면 멜로디가 아닌 가사가 들리는 날이 있지.
새삼 노래가 더 좋아지고 낯설어지는 느낌을 받아.
이렇게 좋은 노래였던가.
이렇게 슬픈 노래였던가.
다시 음미하면서 노래를 따라 불러보곤 해.
익숙한 것들이 새로워지는 순간이야.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내 뒤통수를 거울로 보는 낯섦.
거기에 늘 있었으나
수없이 외면한 진실
다시 보니 그동안 너무도 많은 오독과 오역을 해 왔네.
천천히 꾹꾹 눌러가며 연필로 글씨를 쓰듯이 다시 읽어볼 거야.
https://youtube.com/watch?v=X4A0A8-5EJU&feature=shares
별 헤는 밤_윤동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