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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Apr 30. 2024

수줍은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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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한성여중, 내일은 남대문중 학생들을 대상으로 더빙 체험 수업이 진행된다.


강의실에 도착하니 얌전하고 조용하게 학생들이 듬성듬성 앉아 있다.


어린이 티를 갓 벗은 모습이 싱그럽고 발랄하다.


이들과 두 시간 동안 더빙에 관한 실습을 진행하는 것이 학습목표이다.


더빙에 앞서 중학생들의 읽기 수준이 궁금해진다.


이미지 세대인 친구들이 과연 활자를 소리 내어 정확하게 읽어낼 것인가의 물음은 흥미진진하다.


복자음 받침의 단어들이 음가 없는 이응과 연결되어 연음을 정확하게 내는지부터 점검했다.


하나같이 똑같은 활자에서 틀린다.


이것은 유난스럽지 않다.


성인들을 대상으로 해도 그러하고 고학년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해도 그러하다.


익숙한 언어생활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확하게 발음하기는 바르게 말하기로 이어진다.


오늘 더빙 영상은 영화 '유미의 세포들'이다.


수많은 세포들이 수다스럽게 떠드는 장면의 대사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영상과 대본을 오가는 학생들의 눈빛은 찬란하다.


처음 소극적인 태도가 시간이 갈수록 적극적으로 바뀌면서 목소리는 커진다.


자신의 목소리에 자신 없어하던 모습들이 어느덧 성우처럼 자신 있는 목소리 연기들도 들린다.


대한민국 학생들이 학교 수업도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 위주로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수업시간이 더 많이 보장되면 좋겠다.


2시간을 휴식시간 없이 진행했는데 어느 누구도 산만하거나 딴짓하지 않는다.


역할을 나누고 캐스팅할 때에도 서로 배려하고 서로 사이좋게 논의한다.

(베트남에서 온 친구가 어려워하는 대사를 만나자 서로 도와주는 모습은 아름답다.)


처음에 영상을 보지 않고 대사를 읽는다.

영상을 보며 내가 할 부분의 연습 후 편집한 느린 영상에 1차 연습을 한다.

그다음 실재 속도의 영상에 2차 연습을 한다.

최종적으로 옵티컬(원음)을 제거한 영상에 소리를 입힌다.


성우들은 이렇게 하지 않으나 초보자인 학생들의 훈련방식으로 보정을 한 형태다.


그러고 나서 완성된 작품을 같이 들어본다.


자신의 목소리에 낯설어하면서도 즐거워한다.


미흡한 더빙작품에 얼굴이 붉어졌지만 그들에게 목소리가 예쁘다고 자주 스마트폰에 좋아하는 책을 소리 내어 녹음해 보라고 칭찬했다.


그리고 친한 친구들에게 선물도 하라고 부추겼다.


2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강의실에서 내려오는 복도 창 너머의 하늘은 너무 맑고 청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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