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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Dec 03. 2024

달력이야기

0905

새해 달력이 생겼다


단지 숫자판인데 깨끗한 시간을 선물받은 기분이다


12장의 달력에는 각기 다른 요일에 시작하는 첫날이 있고 다른 일자에 마무리되는 끝날이 있다


붉은색 숫자도 있고 푸른색 숫자도 있다 토요일을 파란색으로 칠한 건 의아하다 절반만 쉴 때의 감각이다 이젠 토요일 자에도 붉은색이 적절하다


13일의 금요일도 있고 나와 너의 생일도 있다 각 장마다 계절을 풍기는 사진이 있고 이 세상에 없는 풍경 같아 보인다 시간이 판타지라서 그런가 보다


평일은 흙빛이다 일하는 사람들의 얼굴색을 차용한 것 같다 슬프다 차라리 매일의 색을 다르게 칠하면 얼마나 재밌을까 달력숫자가 검으니 일상이 어둡다


일월화수목금토
빨주노초파남보


일요일은 기존과 일치하니 놔두고 다른 요일에게도 색을 입혀 평일을 단조로움에서 벗어나게 해 주자


12월만 되면 13월을 그리워한다


십이월에는 시비가 걸고 싶은지 13월을 상상한다


13월이 없는 건 13월이 오기 전에 서둘러 1월의 달력을 내 걸기 때문일 거야


예전에도 없었으니 지금도 아닐 거라는 생각들은 폭력적이고 안일하고 순수하다


달력은 전달력이 좋아서 손에서 손으로 전해진다


순발력이 좋았다면 달력이 아니라 발력이었을지도


아님 달력의 시간들이 벽에 걸자마자 쏜살 같으니 날들에게 소리친 것을 잘못 듣고는 지어진 이름이


달렷>>>>>>달력

달력을 한 장씩 넘기며 365번의 주문을 걸어본다


모든 날이 다른 빛깔로 고유하게 빛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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