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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Dec 03. 2024

중년의 운동

사백 쉰네 번째 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네요.

막상 제목을 '중년의 운동'이라고 적어놓고 보니 중년이라는 말의 정확한 의미를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에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 말이긴 합니다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궁금한 것이 생기면 즉시 검색해 보면 되니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전에는 이렇게 나와 있었습니다.


한창 젊은 시기가 지난 40대 안팎의 나이


아, 하며 탄식이 터져 나왔습니다. '40대'라는 말에 한참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제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말이구나, 또 이젠 중년이라고 말해서도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습니다. 그런데 뭔가가 이상합니다. 일반적으로 제가 알고 있기로는 중년이라 하면 청년과 노년의 중간 지점인데 말입니다. 당연히 청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년이라고 하기엔 아직 한참 남은 기분입니다. 문득 그때 '40대 안팎'이라는 말에 꽂힙니다. 일말의 희망을 가진 채 조금 더 찾아보니 이렇게 나오네요.


한창 젊은 시기가 지난 40대 안팎의 나이 또는 그 나이의 사람, 청년과 노년의 중간을 일컬음


그러면서 최근에는 39세에서 64세 정도까지를 대체로 중년으로 본다는 대목을 보았습니다. 순간 가슴을 쓸어내리며 큰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고마운 일이 있을까요? 낱말의 정의, 한 줄에 희비가 교차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제는 어딜 가서든 당당하게 중년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어제 집에서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는데, 웃통을 까고 있는 저를 보며 아내가 놀라서 물었습니다.

"도대체 운동을 이렇게 열심히 하는 목적이 뭐야?"

"아, 그냥 건강을 위해서 하는 거지."

"건강을 위한 게 맞아? 당신 몸을 봐. 얼마나 커졌는지 말이야."

최근 들어 몸집이 전반적으로 커졌습니다. 가슴에 근육도 생겼고, 어깨도 다소 넓어졌으며, 배도 조금씩 들어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두와 삼두 근육도 슬슬 커지고 있고요. 그런 제 모습을 보고 던진 질문이었으니 아내의 의심 아닌 의심에도 나름의 근거는 있는 셈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아내는 제가 몸피를 키우는 걸 싫어하니까요. 차마 제가 그렇게 피땀 흘려 운동을 하는지 사실대로 말할 없었습니다.


두어 전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굉장히 무례한 사람 명이 주변 사람들의 몸을 품평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유는 모릅니다. 드라마 속에 나오는 연예인 이야기를 하다가 애꿎게 주변 사람들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되고 것입니다. 그때 듣지 않았다면 모르겠지만, 기어이 저는 듣고 말았습니다.

"그 사람, 그 키에 배도 나오고 정말 꼴 보기 싫더라."

"운동하면 배는 넣을 수 있지 않아? 운동하지 않는 건 그 사람 탓이겠지."

"야! 그거 몰라? 그 나이에는 운동해도 배 안 들어가."


막상 그런 말을 들었다고 해서 곧장 따지고 드는 것도 사람이 너무 못나 보였습니다. 예가 아닌 소리는 듣지 말라고 했지만, 이미 가슴속에 박히고 만 말이었습니다. 혼자서 몇 날며칠 분한 생각에 치를 떨어야 했습니다. 원래부터 조금씩 운동을 했지만, 내친김에 그들에게 반드시 제가 이 나이에도 운동으로 배를 넣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런 사정이 있었지만, 아내에겐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그건 어쩌면 제가 저를 두 번 죽이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일이었으니까요.


작심삼일이 되고 말지언정 그때부터 이를 악물고 운동하고 있는 중입니다. 비록 아내에겐 건강을 위해 운동한다고 했지만, 또 아내가 몸집을 키우는 걸 싫어한다고 해도, 꼭 몸집을 키우고 배를 넣은 모습을 그들에게 똑똑히 보여줄 생각입니다.


사진 출처: 글 작성자 본인이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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