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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Dec 13. 2024

나의 목소리

0915

가까이 있어서 올바로 알아차리지 못하는 게 있다


목소리가 그러하고

글쓰기가 그러하다


내 진짜 목소리는 나보다 남이 정확하게 듣는다는 사운드 차원의 간극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인위적이지 않는 본연의 내 목소리를 몰라서 나답지 않은 모방의 소리를 내는 점에 주목해 본다


충분히 유일하고 개성 있는 전제를 홀로 외면한다


'나'라고 소리 내 보세요


이 소리는 억지로 왜곡하지 않는 이상 나의 목소리를 벗어나기 어렵다


스스로 아쟁인 줄도 모르고 거문고를 따라 했다면 이처럼 고통스러운 게 있을까


나는 어떤 악기 일까의 고민은 연주의 범주를 결정하고 연주의 방향을 조율한다


마침내 개성이 발현되고 한계를 곱게 무너뜨린다



글쓰기 또한 목소리와 닮은 면이 크고 넓다


나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 글쓰기의 지향이라면 이는 일상을 나열하는 것이라든가 어떤 에피소드에 나의 판단과 견해를 덧붙이는 것을 의미하는 것에 멈추지 않는다


나만의 글쓰기는 사건 없음에 대하여 쓴다 외부는 고요하다 차라리 내면의 증후를 찾아 탐닉한다


나만이 손전등을 들고 들어갈 좁디좁은 내 안으로 세상에 없는 지도를 그리며 들어가는 고독한 작업


그래야만 써도 그만 아니어도 그만인 글이 아닌 글쓰기가 시작된다


그런 글만이 읽는 이로 하여금 현재성을 갖게 한다


좋은 글쓰기는 트렌디하지 않다 마치 저 구름처럼


좋은 글은 진솔한 목소리를 듣는 때와 비슷한 체험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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