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라는 욕망
오랜 기간 침체기에 있던 샤넬을 부활시킨 패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개성은 남과의 비교를 멈추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길을 가다가 나와 같은 옷을 입은 사람과 만나는 일이 유쾌하지는 않으면서
매번 타자의 비슷한 욕망을 유사하게 욕망하면서 살아간다.
그 욕망의 이면에는 비교라는 심리가 자리하고 있다.
나는 왜 그와 달리 코가 낮을까.
나는 왜 그와 달리 차가 작을까.
나는 왜 그와 달리 브런치 글이...
이미 주어진 육체에서부터 이미 확정된 상황에까지 타인은 비교의 대상이 된다.
내가 우월한 것은 미뤄두고 내게 취약한 것들만 나열되어 비교의 리스트에 올려진다.
비교가 나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비교에 익숙해지면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거기에는 비교할만한 대상이 존재하지 않기에 온전하게 나답게 존재하기가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타자에 기대어 버텨온 나의 기댈 곳의 부재는 존재마저도 흔들어 놓는다.
가장 창의적인 나로 살아가려면 나다움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그래도 비교가 발전을 가져다주지 않냐고 반문한다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해 보는 것은 어떨까.
따깍 엄지로 꽁지를 누르면 준비되는 볼펜보다는 가지런히 커터칼로 깎은 연필로 글을 쓰는 것이 좋아요.
발만 올려놓으면 움직이는 자동차보다 페달을 굴리는 만큼 앞으로 나아가는 자전거가 좋아요.
케이블카로 단숨에 최고봉에 오르는 것보다 한 발 한 발 흙과 바위를 밟고 오르는 등산이 좋아요.
몸을 직접 쓰는 일들이 좋지 않나요
그것이 몸을 상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에요.
누군가에게 상처나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에요.
내가 할 수 있는 몸짓들을 세어 보아요.
걷기, 읽기, 관찰하기, 물 주기, 글쓰기, 마당 쓸기...
생각보다 많이 떠오르지 않아서 속상해요.
그만큼 몸을 쓰기 귀찮아한 탓이에요.
다시 호흡부터 챙겨야겠습니다.
III 국화 향기 가득한 하루 보내세요
https://youtube.com/watch?v=nRqjZLJ2mT8&feature=shares
국화 옆에서_서정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