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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Dec 14. 2024

사소한 것들

0916

가장 사소한 것에서 가장 심오함을 감각한다


미약한 새벽의 빛줄기가 그러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사소한 것을 기어이 배제하거나 기필코 확대하는 기분의 경계에서 시시 때때 놀아난다


하루는 오늘의 운세에 따르지 않고 사소한 것을 다루는 선택에 달려 있다 이는 애처롭지만 다행


사소함이 나를 둘러싼다고 내가 사소해지지 않는다


그것들의 나타남을 간과하는 순간 돌연 사소해진다

 

이는 명약관화하다


사소함이 사소함으로 옮겨가게 하는 것은 나의 사소한 시선이나 시선의 부재에 있음은 놀랍다


티끌이 물질일 때는 태산으로 더디 옮겨가지만

티끌이 현상일 때는 순식간에 태산으로 변한다



꽃잎은 사소하지만 흩날리는 것은 사소하지 않다


타자는 사소하지만 내게로 오는 건 사소하지 않다


꿈은 사소하지만 풀어 가는 걸음은 사소하지 않다


커피는 사소하지만 입술과 만나면 사소하지 않다


입술에 닿을 때  내 앞에 네가 있고 창가로 한줄기 고운 햇살이 쏟아지고 시간이 말없이 머뭇거리고 기억이 외면하는 음악이 흐르면 커피는 심오하다


스스로 사소하다 여기는 것은 자신이 만져지는 개체로 더 깊이 인식한 습관에 있다  불리한 일이다


나는 현상이다


자꾸 하나에 머물지 않고 건너가고 옮겨가는 현상


그 간극에서 자신을 포착하면 결코 사소할 수 없다


정지를 사수하는 것이 사소함의 본모습인 줄 안다


고정된 모습을 지키려다 존재의 초가삼간을 태운다


●월간 북토크 신청 마지막날입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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