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숲오 eSOOPo Dec 21. 2024

동지란 시작

0923

의욕은 서툴고 거칠고 나약하다


그것만으로는 균형을 맞추기 힘들다


만물이 회생하는 날에는 사냥도 고기잡이도 금한다


한해의 끝은 아직 두 개의 절기를 더 겪어야 만난다


밤이 낮보다 한참이나 긴 날을 맞이한다 


어두움에서 시작을 밝히던 선조의 지혜를 배운다


단오에는 부채를 나누고 동지에는 달력을 나누는 夏扇冬曆의 풍습은 의미심장하다


귀신이 아닌 마음의 빚을 청산하기 위해 팥죽을 쑤고 귤을 깐다


짧은 낮을 눈부시게 할 눈이 내린다


처음을 축복할 날씨로 눈만 한 기후가 있을까



한해의 끝에서 시작하는 오늘 월간 북토크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또 다른 가능성이 된다


미약하지만 묵묵히 걸어온 일 년의 독자와의 만남


북토크는 책의 호흡이자 작가의 성장


열두 번의 호흡으로 작가와 독자는 동지가 된다


나의 두번째 책인 장편소설 <꿈꾸는 낭송공작소>가

베스트셀러는 아니었지만 스테디토커는 된 셈이다


어제의 지나친 의욕을 뒤로 하고 소박한 꿈을 꾼다


굳게 다문 입술같은 창문을 열면 동지의 햇살이 은근하게 나를 반길 것이다 소복한 눈은 실버카펫


무엇을 시작해도 초라하지 않고

무엇을 다짐해도 누추하지 않을


동지의 기나긴 하루가 차분하고 수줍게 시작되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