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7년째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는 초등교사 쭈니쌤은 ‘경제교실’을 통해 교실 안에서 세상의 원리를 가르치고 계십니다. 교실을 하나의 사회로 보고, 아이들이 직업을 갖고 월급을 받으며 소비와 저축, 투자를 직접 경험하도록 하는 수업이죠.
코로나 시절 체육전담으로 지치던 때 우연히 본 ‘경제교실’ 영상이 교직의 전환점이 되었고, 지금은 아이들에게 돈의 소중함과 사회적 책임을 가르치는 교육으로 발전했는데요. 아이들은 플리마켓을 열어 직접 만든 상품을 판매하고, 그 수익금을 기부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배우는 등 몸소 자유와 책임을 학습하며 자라는 중입니다. 오늘 방방뷰는 제주에서 아이들과 함께 진짜 세상을 배우고 있는 쭈니쌤의 교실을 찾아가 봤습니다.
뷰: 선생님 안녕하세요, 방방뷰 독자 여러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쭈니쌤: 안녕하세요. 제주에서 7년차 교직생활을 하고 있는 쭈니쌤입니다. 반갑습니다!
뷰: 교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쭈니쌤: 학창시절에 친구들에게 공부를 알려주면서 가르치는 일에 흥미를 느꼈어요. 그러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만난 영어 문법 선생님 수업이 정말 멋있다고 느꼈어요. 그때부터 영문법에 푹 빠졌고, 대입 때도 모든 지원을 사범대 영어교육과로 썼을 만큼 중등 영어교사를 희망했어요. 결과적으로는 교대에 진학했는데, 입시에 최선을 다했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미련 없이 초등교육으로 방향을 바꾸게 되었어요.
뷰: 사범대 교사를 꿈꾸다 초등으로 진로가 바뀌면서 괴리감은 없었나요?
쭈니쌤: 처음엔 모든 과목을 가르쳐야 한다는 부담이 커서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어요. 그런데 대학교 3학년 때 1학년 수업실습을 나가 보니 아이들과 눈높이로 소통하는 과정이 너무 매력적이더라고요. 그때 ‘아, 나에게 맞는 학생은 초등일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겨 초등 임용을 열심히 준비했어요.
뷰: 초등이 잘 맞는다고 느낀 지점은 무엇이었나요?
쭈니쌤: 아이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걸 정말 좋아해요. 중등은 좀 더 근엄하고 긴장감 있는 분위기라면, 초등은 아이들 눈높이에서 자유롭고 친근하게 소통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 지점이 제 성향과 잘 맞았어요.
뷰: 첫 발령 학교에서의 티볼부 활동을 잊지 못한다고 하셨죠. 티볼은 어떤 운동이고, 어떤 추억이 남아 있나요?
쭈니쌤: 티볼은 쉽게 말해 야구의 기초형태예요. 공을 투수가 던지지 않고 ‘티’ 위에 올려놓고 치는 종목이에요. 2020~2021년에 티볼부를 맡았는데, 당시 여학생들에게 아주 인기 있었고 학교 ‘여학생 티볼부’는 학교의 자존심이자 프라이드였어요. 초임 때 3학년으로 만났던 아이들을 6학년 티볼부에서 다시 만나 ‘케미’가 좋았던 것도 기억에 남아요. 코로나로 대회는 거의 없었지만, 주말까지 자발적으로 연습하던 모습들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어요.
뷰: 그런데 같은 시기를 ‘지옥 같았다’고도 표현하셨어요. 왜였을까요?
쭈니쌤: 코로나로 아이들 등교가 불규칙했어요. 게다가 저는 체육전담이다 보니 수업이 비는 시간이 많았어요. 가만히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무기력했고 ‘내가 왜 학교를 다니지?’라는 고민을 가장 많이 했어요. 전담은 담임반이 없으니 소속감도 약했고요. 그럼에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 자체는 행복했어요.
뷰: 그때 ‘경제교실’을 만나 전환점이 되었다고요. ‘경제교실’과의 만남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쭈니쌤: 우연히 알고리즘에 떴어요. <세금 내는 아이들>이라는 채널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다음에 담임을 맡으면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돈의 소중함과 경제 감각을 길러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시기였거든요.
티볼부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간식을 사준 적이 있어요. 3만 원이 결제됐는데 한 아이가 “얼마 안 나왔네”라고 하더라고요. 그게 저에게는 다소 충격이었어요. 물론 물가상승률을 고려했을 때 삼만원이라는 돈이 크지 않은 돈일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용돈을 벌기 위해서는 열심히 집안일을 하고, 심부름을 해야 했던 제 입장에서는 ‘아이들이 돈에 대한 감각이 둔하다’고 느껴졌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아이들에게 돈의 소중함과 경제 감각을 어떻게 가르칠까?’ 고민하게 된 거죠. 그때 우연히 만난 ‘경제교실’이 제게 스파크가 되어주었어요.
뷰: 경제교실이 무엇인지, 창업교실과는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 주세요.
쭈니쌤: 경제교실은 학급을 하나의 사회로 보고 운영하는 학급 경영 시스템이에요. 1인 1역은 ‘직업 활동’이 되고, 책임 있게 수행하면 교실 화폐로 소위 ‘월급’이라는 대가를 받아요. 그것으로 아이들은 교실 안에서 소비·저축·투자를 실제 의사결정으로 경험해요. 창업교실은 그중 사업 활동에 해당해요. 아이들이 팀을 꾸려 회사를 만들고, 제품·가격·홍보 등을 스스로 정해요.
뷰: 사회가 돌아가는 원리를 교실 내에서 그대로 체험할 수 있는 거군요.
쭈니쌤: 맞아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이들이 선택의 결과에 끝까지 책임을 지는 경험을 한다는 점이에요. 요즘 사회가 아주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요. 개인적으로 생각하기로는 이제 ‘적응’이라는 말은 사치라고 생각해요. 세상이 워낙 빠르게 변하다보니 ‘적응’이 아니라 ‘생존’을 해야하는 시대가 된 것이죠. 교사 역시 아이들에게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단순한 ‘적응’이 아닌 생존하는 법을 가르쳐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수업을 지향하고 있는데, 경제교실이 맞춤의 장이라고 생각해요.
뷰: 교실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해요.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쭈니쌤: 방학 주간 이틀 동안 3-4학년을 대상으로 교내 플리마켓을 열었어요. 블록 장난감, 머그컵 전사 굿즈, 슈링클스 주문 제작, 직접 구운 ‘쫀득 쿠키’ 등 각 팀별 ‘기업’이 제품을 기획하고 제작해서 판매했어요. 그리고 수익금으로는 2024년에는 노숙인 지원 공간에 기부를, 올해는 지역아동센터에 기부를 했어요. 아이들이 모든 과정을 직접 이끌어 갈뿐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까지 몸으로 배운 순간이라 가장 뿌듯했어요.
뷰: 제주에서 교직생활을 하고 계세요. 제주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쭈니쌤: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제주는 제 뿌리예요. 초·중·고·대 모두 제주에서 나왔어요. 타임머신이 있다면 한번쯤 대학 정도는 육지에서 다녀보고 싶기도 하지만, 지금 선택에 후회는 없어요.
뷰: 제주 원도심을 알리는 학교 특색 프로그램이 있다고요.
쭈니쌤: 학교가 원도심의 작은 학교라 주변에 유적지가 많아요. 용담 고인돌, 제주 향교 등 걸어서 가는 유적지 투어를 해요. 또 옛날엔 북적거렸지만 지금은 한산해진 골목골목을 걸으며 옛날과 오늘날을 비교해보는 시간도 보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6학년 학생들이 1학년에게 직접 유적을 소개하는 프로젝트도 하고 있어요.
뷰: 직접 체험할 뿐 아니라 어린 후배들에게 소개를 하는 임무까지 소화하려면, 6학년 아이들의 몰입도가 굉장할 것 같아요.
쭈니쌤: 11월 발표라 6학년 아이들과 열심히 준비 중에 있어요. 1학년 눈높이에 맞추려면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말을 풀어 설명해야 할지 감을 잡는 게 제일 어려운 부분이에요. 결과가 어떨지 아직 모르지만, 결과가 어떻든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아이들에게 좋은 배움의 시간이지 않을까 싶어요. 또 앞으로 5년을 더 이곳에서 지낼 아이들에게 선배가 직접 설명을 하는 건 연결과 이음 측면에서도 좋은 측면이라고 생각해요.
뷰: 선생님의 수업에 제주 정체성을 녹여내는 수업도 진행하신다고요.
쭈니쌤: 로코노미 프로젝트를 통해 제주를 알리는 상품을 기획해요. 경제 금융회에서 무역활동 프로젝트라는 것을 하고 있어요. 다른 지역 아이들과 서로 만든 아이템을 무역하는 프로젝트예요. 제주에서 서울로 가는 비행기를 탈 때면 수속 게이트에서 제주도민과 제주도민이 아닌 사람을 구분할 수 있어요. 감귤모자, 제주 감귤 초콜릿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제주라는 특색을 무역 아이템에 녹여내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 것이죠. 제주를 알리는 데 목표를 두니 아이들도 더 몰입해서 참여하고 있어요. 올해는 감귤 케이크 모루 키링, 한라산·돌하르방·동백꽃 키링 같은 아이템과 현무암 쫀득 쿠키, 동백꽃 빼빼로, 말차 빼빼로, 감귤 빼빼로 등을 준비하고 있어요. 실제 교내에서 국내 사업도 하고 있는데 잘 팔린답니다.
뷰: 한편으로는 수업 준비에 품이 많이 들 것 같아요. 지치지는 않으세요?
쭈니쌤: 솔직히 힘들 때도 있어요. 그런데 교사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것 같아요. 경제교실은 같은 시스템이라고 하더라도 아이들마다 반응이 제각각이에요. 다양한 피드백을 받으면 그에 맞게 더 뾰족하고 적합한 수업을 만들기 위해 반영하는 편이고요. 그러면서 다양한 아이들에 맞게 대응하는 능력도 기를 수 있습니다. 지치기 보다는 오히려 완성도 있는 수업을 준비하고 실제 진행했을 때 뿌듯함과 성취감이 더 큰 것 같아요.
뷰: 선생님은 선생님의 수업을 통해 아이들에게 어떤 경험을 주고 싶으세요?
쭈니쌤: 경제 교실뿐 아니라 저와 함께하는 모든 수업이 아이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다가가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수업을 준비해요. 어릴 때까지만 하더라도 수업은 항상 교과서 위주 수업이었어요. ‘이렇게 하면 아이들이 학교에 오고 싶을까?’하는 의문이 제 안에 있었고요. 저는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오고 싶은 학교를 만드는 것이 교사의 책임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런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업이 재밌어야 하고, 재밌는 수업을 위해서는 수업 연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과서에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들과 재미있는 수업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수업을 준비하고 진행하려고 해요.
뷰: 열심히 준비한 만큼,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면 선생님의 기쁨도 굉장히 클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아이들의 반응이 있나요?
쭈니쌤: 아이들이 수업 중간중간 혼잣말로 ‘재밌다!’라고 하거나, 수업이 끝나고서도 제게 와서 수업 이야기를 할 때 기억에 오래 남아요. 아이들이 피드백을 줄수록 수업을 더 섬세하게 다듬어갈 수 있으니 들려주는 반응이 다 소중해요.
뷰: 재미를 중요시여긴다고 하셨지만,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는 ‘자유와 책임’이라고 하셨어요.
쭈니쌤: 4년 째 고학년 아이들을 담당하고 있어요. 그런데 갈수록 책임을 회피하는 아이들을 많이 만나게 돼요. 결과물이 좋으면 ‘내 덕’이고, 결과물이 좋지 않으면 ‘남탓 환경탓’인 거죠. 앞으로 이 아이들이 미래를 이끌어 가게 될 텐데 이런 태도로서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해요.
한 교수님께서 말씀하시길 ‘금융 교육을 하는 이유는, 금융 교육이 합리적인 의사 결정 과정과 선택에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를 갖도록 하는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라고 하셨어요. 전적으로 동의해요. 그래서 오히려 ‘자유와 책임’을 잔소리로 강조하기 보다는 수업에 녹여서 전달하려고 하고 있어요. 직접 몸소 체험해야 알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실제로 경제 교실 속에서 아이들은 정말 다양한 선택지를 마주하게 돼요. 그리고 선택지를 선택했을 때 결과는 아무도 모릅니다. 이때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누구에게도 예외적인 상황을 허용하지 않아요. 반의 규칙에 따라 결과에 순응해야만 해요.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학기 초에 비해 갈수록 신중해지는 것을 볼 수 있어요.
뷰: 현재 제주 경제 금융 교육 연구회라는 교사 공동체에 속해 계세요. 학교 내에도 동료 선생님들이 많이 계시지만, 그외 교사 공동체가 선생님에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쭈니쌤: 제주 경제 금융 교육 연구회는 2023년에 시작했어요. 저와 다른 선생님 두 명으로 시작해서 현재 열여섯 분이 같이 하고 계세요. 다른 지역에 비하면 이제 막 땅을 일구는 단계를 지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제가 시작한 이 연구회가 실패로 끝나지 않도록 더욱 책임감을 갖게 돼요. 한편을는 제주에서 경제금융교육으로 이름을 알려보고 싶다는 욕심도 있고요. 목표가 있으니 재미있고 동기부여도 되는 것 같아요.
뷰: 앞으로 어떤 교사가 되고 싶으세요?
쭈니쌤: 매년 수료식마다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 있어요. “누군가는 선생님을 좋은 선생님으로, 누군가는 나쁜 선생님으로 기억할 수도 있지만, ‘누구보다 수업 준비를 열심히 하신 선생님’이라는 것만 꼭 기억해달라”고요. 저의 열심과 노력을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만으로 교직 생활을 뿌듯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언제나 성실함을 잃지 않고 오래 가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뷰: 마지막으로 인디에 계시는 선생님들께 한 마디 부탁드려요.
쭈니쌤: 매년 바뀌는 교육 환경 속에서 수고하시는 선생님들, 모두 수고 많으시고 감사합니다. 미래를 이끌어 나갈 아이들의 키를 쥐고 있는 교사로서, 지금처럼 선생님들만의 방법과 노하우로 교육 현장에서 애써 주실 것을 믿고 언제나 감사드리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