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다층
그림자놀이
사람의 마음은 하나가 아니야
하나셋다섯일곱둘넷여섯아홉
사람의 마음은 하나가 아니야
바른말만 하는 너와 반대로만 하는 나는
쿵짝쿵짝 손발도 척척 맞지 백지장도 맞들면 낫지
네가 왼쪽으로 돌면 나는 오른쪽으로 돌게
네가 흥청흥청하면 나는 망청 망청할게
요란한 빈 그릇 와장창 깨지는 소리 들려줄게
폭삭, 순삭, 가쁘게 순하게 떠날게
사람의 마음은 하나가 아니야
하나셋다섯일곱둘넷여섯아홉
하나가 웃으니 둘이 울어
둘이 욕하니 셋이 노래해
잠잠하던 다섯이 불쑥
지붕 뚫고 하이킥이래
하나셋둘아홉 지붕 뚫고 킥킥이래
시종일관 내 얘기만 하는 나와 시종일관 남 얘기만 하는 너는
철철이 옷을 갈아입어도 무늬무늬 가시지 사람 참 안 바뀌지
가시는 걸음걸음은 뒤태도 가시지 사람 참 안 바뀌지
변덕은 죽을 쑤어도 소나무는 사철 푸르지
어제 다문 입이 오늘 콕콕 찌르지
무찌르자 오랑캐 물레방아 돌리지
사람의 마음은 하나가 아니야
하나셋열아홉둘넷스물아홉
꼬리 아홉 달린 호리호리 호리병
호박씨 발라먹은 호호 할망구
망구야 망구야 뒷짐 지고 걷는 망구야
봄에 꿔 간 보리 서 말은 언제나 갚을래
망구야 망구야 고개 숙이고 걷는 망구야
호박씨 까먹고 날래게 도망간 꼬리 아홉 달린 망구야
봄에 꿔 간 보리 서 말은 언제나 갚을래
< 계간 다층 2024 여름 >